채권에 대한 주요 헤지펀드 의견 비교

  • GMO, Panagora, Mellon Investments, AQR의 채권 관련 의견 비교
  • GMO 명목 채권에 부정적. 명목 채권의 대안 옵션으로 회사채 또는 이머징마켓 채권 제안.
  • Panagora 명목 채권 투자 유지. 레버리지와 롤오버 수익을 통해 수익률 낼 수 있다는 견해.
  • Mellon 명목 채권 투자 유지. 유럽과 미국의 일본화가 예상되는 만큼 채권도 여전히 유용할 것이라는 주장.
  • AQR 명목 채권 투자 유지. 장기적인 자산배분 관점에서 변동성 중화, 다각화 역할 기능

2020년 10월 현재, 주요 선진국들의 채권 금리는 0에 근접하거나 마이너스인 상황입니다. 그렇기에 투자의 세계에서는 채권의 투자 가치를 평가하는 토론이 활발하게 진행 중입니다.

특히 얼마 전 소개해드린 것(관련 글 링크)처럼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가 7월에 발표한 리포트에서 명목 채권에 대한 강한 부정을 표하며 채권 관련 토론에 불을 지폈는데요. 블룸버그에서는 관련 논쟁을 기사로 다루기도 했습니다. [1] 이 글에서는 업계에 영향력이 있을 만한 큰 회사들 위주로 채권 투자 여부에 관한 여러 의견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GMO (Grantham, Mayo, Van Otterloo)

영국 투자업계의 전설 중 하나인 제레미 그랜덤이 이끄는 GMO에서는 브리지워터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GMO가 명목 채권에 부정적인 이유는 브리지워터와 비슷합니다.

1) 더이상 만족스러운 수익률을 내지 못한다.
2) 디프레션 시 헷지 능력을 상실했다.

위 두 가지 요인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먼저 주요 선진국들의 10년물 채권 금리를 보시면 마이너스이거나 0에 가까워 졌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림 1) GMO는 이로 인해 미래의 채권 수익률에 한계가 있을 거라고 말하고 있죠. 금리 자체가 낮은 것도 문제지만, 하락폭이 더 이상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주장합니다. GMO의 표현을 빌리자면 낮은 이자 수익 만으로는 더 이상 ‘만족스러운’ 수익률을 낼 수 없다고 합니다.

그림 1: 주요 선진국들의 10년물 채권 금리


채권의 낮은 금리는 특히 주식시장의 배당률과 비교했을 때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1990년부터의 데이터에서 주요 선진국들의 채권 금리는 2008년을 기준으로 꾸준히 주식시장의 배당률을 하회했습니다. (그림 2) 미국 같은 경우 예외적으로 금리 인상을 하면서 일본, 유럽과는 다른 길을 갔지만 최근 들어서는 비슷한 상황에 직면했죠. 이는 곧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것이 리스크 프리미엄 이외에 현금 흐름의 측면에서도 더 나을 수 있다는 걸 시사합니다.

그림 2: 주식시장의 배당률을 하회하는 10년물 금리


또한 GMO는 채권이 경기침체 시의 헷지 능력을 상실했다고 말합니다. 보통 경기침체가 오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 하면서 채권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데요. (그림 3) 현시점에서는 금리가 너무 낮아 하락할 여지가 없기에 경기침체 시에도 채권의 수익률이 이전 같지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림 3: 주식이 하락할 때면 채권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다


예컨대 이번 팬데믹 발 경기침체를 보면 GMO가 주장하는 것이 무엇인지 엿볼 수 있습니다. 금리가 이미 낮았던 유럽과 일본 같은 경우 주식이 폭락 했는데도 불구하고 10년 만기 채권의 수익률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림 4) 물론 미국의 채권은 여전히 준수한 수익률을 보였지만, GMO는 이번 경기침체가 미국 채권이 헷지 능력을 발휘한 마지막 이벤트였다고 말합니다.

그림 4: 이미 금리가 낮았던 유럽과 일본에서는 채권의 수익률이 좋지 않았다


그렇다면 명목 채권의 대체재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브리지워터가 금과 물가연동채권을 강력하게 추천한 것과는 반대로 GMO는 명목 채권의 완벽한 대체재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만족스러운 수익률을 내면서 헷지 능력도 갖고 있는 자산군은 명목 채권의 고유한 성질이었기 때문이죠.

먼저 물가연동채 같은 경우 스태그플레이션 시에는 상방이 없어 좋은 자산군이지만 디프레션을 헷지 할 수 없어 명목 채권을 대체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또한 유동성이 충분하지 못하므로 명목 채권처럼 쓸 수 없는 게 사실이죠. 금에 관해서도 역시 스태그플레이션 시에는 좋지만 디프레션 헷지가 완벽하게 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의외로 GMO는 다른 옵션들을 탐구합니다. 예컨대 미국의 명목 채권보다는 금리가 높은 회사채 또는 이머징 마켓의 채권이 옵션이 될 수 있다고 말하죠. 실제로 GMO의 백테스트에 따르면 주식50/미채권50 보다 주식45/이머징 혹은 회사채 10/미채권45가 더 성적이 좋았고, 앞으로도 회사채 또는 이머징 채권 투자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한 디프레션 헷지 관련해서는 VIX 포지션 또는 풋옵션 등을 사는 것도 조심스럽게 추천합니다. 하지만 마켓타이밍을 맞추기 어려울 것이고 또한 고정 수입을 얻는 명목 채권과 달리 오히려 고정된 프리미엄을 내야 하므로 선천적으로 불리한 포지션인 게 분명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AQR의 좋은 논문이 있죠)

결론적으로 GMO는 브리지워터와 동의하면서도 명목 채권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고 다른 여러 옵션들을 연구중이라고 말합니다. 이처럼 명목 채권 투자를 포기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며 GMO 같은 전문적인 투자 회사도 그 대체재를 찾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Panagora

Panagora는 50조 이상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로 리스크 패러티라는 단어를 처음 쓴 곳으로 유명합니다. 역시 리스크 패러티의 핵심인 명목 채권 관련 토론에 빠지면 안되겠죠. 놀랍게도 Panagora는 브리지워터, GMO과 완전 상반된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Panagora에 따르면 금리가 낮은 것과는 별개로 명목 채권 투자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 이유 중 하나로 Panagora는 수익률 곡선이 여전히 가파른 것을 근거로 댑니다. 사실 투자자의 입장에서 기준 금리가 10%일 때 11%를 버는 것과 0%일 때 1%를 버는 것은 무위험자산 대비 초과수익만을 따져보면 그 결과가 같습니다. 또한 기준 금리가 10%일 때는 고인플레 시기였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금리가 낮을 때 덜 수익이 난다고 하더라도 구매력에는 큰 차이가 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수익률 곡선이 가파르다면 레버리지를 사용하고 채권 선물을 꾸준히 롤오버해서 수익을 얻는 리스크 패러티 특성 상 수익률에도 그렇게 큰 변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Panagora는 저금리 환경에서는 레버리지가 싸기 때문에 좋다고 말하죠. 브리지워터 같은 경우 수익률 곡선에서 얻을 수 있는 초과수익 마저도 역대 최저라고 반박할 것 같긴 합니다.

아무튼 금리가 역대급으로 낮은 건 사실이고 금리의 하락폭도 그만큼 없어졌으니 관련 백테스트를 해보자고 Panagora는 말합니다. 이 리포트에서는 흔한 채권 인덱스인 Bloomberg Barclays Global Treasury Index를 LY (저금리 국가들) 와 Ex LY (그 외) 로 나눠서 백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죠. 먼저 LY의 평균 채권 금리가 1% 이상인 1999-2012 구간을 보면 수익률, 샤프지수 모두 Ex LY가 더 우월합니다. 하지만 LY의 평균 채권 금리가 1% 이하인 2012-2019 구간을 보면 저금리인데도 불구하고 LY의 수익률이 꽤 좋고, 샤프지수도 Ex LY보다 더 좋습니다.

그림 5: 저금리 국가들의 채권 인덱스 성적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


Panagora는 더 나아가 변동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백테스트를 진행한 두 구간 모두에서 LY의 변동성이 훨씬 낮았으며 저금리에 진입할 수록 채권은 낮은 변동성을 꾸준히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림 6) 이는 레버리지를 많이 사용하는 리스크 패러티 펀드들에게 유리한 구조라고 Panagora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밑의 그림에서 볼 수 있듯 저금리 시기에는 국가에서 만기가 긴 채권들을 발행하면서 채권 인덱스의 평균 만기가 길어집니다. 이는 저금리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으로 금리가 높은 채권이 시장에 많이 풀려있어 인덱스의 수익률이 높을 수도 있다는 걸 뜻합니다.

그림 6: 저금리 구간에서 채권의 변동성은 낮고, 만기는 길어진다


마지막으로 Panagora는 채권과 주식의 상관관계가 여전히 음수이므로 채권투자는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중화시켜주는 데에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림 7) 기간이 그리 길지 않고 최근 20년은 디스인플레이션 편향이 심해서 정답이 될 수는 없지만, LY가 Ex LY에 비해 크게 다르지 않는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게 흥미롭습니다.

그림 7: 주식과 채권의 상관관계는 여전히 음수이다


게다가 Panagora는 주식과 채권의 상관관계에는 양수의 convexity가 존재하므로 주식의 수익률이 좋을 때에는 상관관계가 그리 낮지 않지만 주식의 수익률이 안 좋을 때에는 상관관계가 크게 떨어진다고 주장합니다. 예컨대 LY의 경우 2012-2019 구간에서 주식의 수익률이 높았을 때는 주식과 채권의 상관관계가 양수였지만, 반대의 케이스에서는 상관관계가 음수였습니다. (그림 8) 이는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중화시켜주는데에 큰 역할을 합니다.

그림 8: 주식과 채권의 상관관계에는 양수의 convexity가 존재한다


짧게 정리해보자면 Panagora는 수익률 곡선이 가파르기 때문에 레버리지와 롤오버 수익을 통해 원하는 수익률을 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저금리 국가들을 이용한 1999년부터의 백테스팅으로 저금리 환경에서도 명목 채권은 수익이 난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또한 주식과의 상관관계가 여전히 음수인것도 언급하고 있고요. Panagora 내부적으로 돌려본 레버리지를 이용한 리스크 패러티 포트폴리오의 백테스팅 결과도 훌륭합니다. (그림 9) 변동성을 10%에 맞추고 주식과 채권의 리스크를 50/50으로 양분한 포트폴리오의 결과인데요, 주식 60/채권 40 포트폴리오를 압도하고 있지요. 더욱 재밌는 건 여기에서도 LY가 Ex LY보다 수익률이 좋습니다!

이 리포트의 결론에서 나오는 흥미로운 의견 중 하나는 채권을 레버리지 하는 것이 주식으로 자금을 옮기는 등의 다른 리스크를 택하는 것보다 합리적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GMO의 리포트와 비슷하게도 명목 채권의 대안을 찾는 것은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고, Panagora는 채권을 레버리지 하는 것으로 이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기존 리스크 패러티의 원칙을 크게 벗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림 9: 리스크 패러티 포트폴리오가 60/40을 크게 아웃퍼폼 했을 것이다

Mellon Investments

2,000조 이상을 운용하는 BNY Mellon의 자회사인 Mellon Investments (이하 Mellon)에도 리스크 패러티 펀드가 있습니다. 역시나 올해 7월에 채권에 관한 리포트를 발행했는데요. 전반적인 의견은 브리지워터 보다는 Panagora랑 더 비슷합니다.

Mellon이 첫번째로 강조하는 부분은 Panagora랑 비슷하게도 수익률 곡선과 롤오버 수익입니다. 리스크 패러티 펀드들은 채권 선물을 꾸준히 롤오버 하기 때문에 이자 수익외에도 롤오버 수익이 있습니다 (밑줄 쳐진 부분). (그림 9) 이 롤오버 수익은 수익률 곡선이 역전 되지만 않는다면 얻을 수 있으며 수익률 곡선이 더 가파를수록 더 많이 얻게 되죠. 물론 레버리지를 써서 수익률을 끌어 올릴 수도 있습니다.

그림 10: 리스크 패러티 펀드들은 이자 수익 외에도 롤오버 수익을 얻는다


그러므로 Mellon에서는 롤오버 수익이 있고, 필요시 레버리지를 쓸 수 있기 때문에 채권 수익률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위의 공식대로 주요 선진국 채권의 수익률을 계산해 봤을 시 장기적인 평균 수익률이 0.5%가 나오고, 예상 수익률이 지금의 수준보다 낮았던 시기도 4번이나 있었다고 합니다. (그림 11) 다시 말해 Mellon에 따르면 지금이 그리 특별한 시기가 아니며 채권은 앞으로도 꾸준한 수익을 내줄 것처럼 보입니다.

그림 11: 주요 선진국 채권의 평균 예상 수익률은 장기적으로 0.5%이다


또한 Mellon에서는 주식과 채권의 월별 상관관계의 지난 5년 평균이 -0.4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림 12) 리스크 패러티 전략에서 레버리지 만큼 중요한 게 결국 자산군간의 상관관계이죠. 2015년부터의 데이터라 기간이 너무 짧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아래에 설명하듯이 Mellon은 중앙은행의 저금리 기조가 아주 오래 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림 12: 주식과 채권의 상관관계는 음수이고 이 패러다임은 오래 갈 것이다


브리지워터가 스태그플레이션의 시나리오를 높게 보는 반면, Mellon에서는 유럽과 미국이 ‘일본화’를 겪게 될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다고 주장합니다. Mellon에 따르면 ‘일본화’란 높은 부채율과 고령화, 그리고 기술 발전이 불러오는 지속적으로 낮은 성장률과 인플레이션인데요. (그림 13, 14) 특히 통화 정책이 힘을 잃게 되면서 장기간 저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림 15) 저금리가 유지된다는 건 곧 적어도 명목 채권의 큰 가격하락을 보지는 않을 거라는 것이죠.

그림 13: ‘일본화’와 성장률
그림 14: ‘일본화’와 인플레이션
그림 15: 유럽과 미국도 장기간 저금리를 유지할 것


그렇다면 일본에서 채권이 어느 정도의 수익률을 거뒀는지 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Mellon은 일본이 제로금리를 1999년부터 적용했으므로 2000년 부터의 백테스팅을 제공합니다. 놀랍게도 일본의 명목 채권은 연평균 1.95%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0.86%의 수익률을 보인 주식을 압도했습니다. 샤프지수도 주식의 0.04에 비해 0.64를 기록했고요. 이는 저금리 상황에서도 채권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만약 Mellon의 말대로 미국과 유럽이 ‘일본화’를 겪게 된다면 주식의 장기적인 수익률 매우 안 좋을 수도 있기 때문에 채권을 홀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할 수도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그림 16: 일본의 채권은 준수한 수익률을 보여왔다


결론적으로 Mellon은 Panagora와 굉장히 비슷한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리스크 패러티 철학에 기반해 채권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걸 강조하면서 주식과의 상관관계도 유지한다는 걸 말하고 있죠. Panagora와 다른 점 중 하나는 좀 더 구체적인 패러다임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 미국과 유럽의 ‘일본화’를 주장하면서 채권이 여전히 유용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AQR (2017)

이런 토론의 장에서 AQR이 빠질 수 없겠죠. 아쉽게도 최근에 나온 리포트는 없지만 2017년에 나온 ‘저금리 시대의 자산배분’이란 리포트를 분석해 보겠습니다. AQR의 장점은 긴 시계열의 데이터를 사용해 장기적인 관점을 제공해 준다는 것이고, 이 리포트에서도 그 성향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Panagora의 리포트에서도 말했듯이 AQR은 무위험자산 대비 초과수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므로 결국 중요한 것은 수익률 곡선이죠. 수익률 곡선이 가파르게 유지되는 이상 위에서 말한 롤오버 수익과 레버리지가 있기 때문에 채권 투자자는 유의미한 수익률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여러 선진국들의 데이터를 봤을 때 10년물-3개월물 스프레드와 미래 채권 초과수익 간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림 17) 물론 스프레드가 클 수록 초과수익률이 큰 게 사실이고요.

그림 17: 10년물-3개월물 스프레드와 미래 채권 초과수익 간의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좀 더 장기적인 데이터로 미국을 봤을 때도 그 결론은 같습니다. (그림 18) 10년물-3개월물 스프레드가 (검은 선)이 0보다 클 때, 즉 수익률 곡선이 역전되지만 않는다면 채권은 꾸준히 수익을 내왔습니다. AQR에 따르면 2017년도 즈음에는 이 스프레드가 2% 근처에 꽤나 준수한 수준이었고요. 물론 지금은 훨씬 작아진 게 사실입니다.

그림 18


더 나아가 AQR은 장기적인 자산배분의 관점에서 이 논의를 접근합니다. 1954년부터의 데이터를 봤을 때 채권의 수익은 가격 상승에서 오는 게 아니라 이자 수익과 롤오버 수익에서 온다고 주장하면서 말이죠. (그림 19) 1954년 부터의 데이터라면 70년대의 금리 인상 시기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이 주장이 말이 됩니다. 금리 인상 시기에는 채권 가격의 큰 폭락이 있었을 거니까요. 아무튼 AQR은 초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중앙은행의 금리 기조가 채권 수익률에 별로 중요한 요인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림 19: 장기적으로 봤을 때 채권의 수익은 가격 상승에서 오지 않는다


더불어 AQR도 주식과 채권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언급을 하는데 여기에서도 장기 시계열의 데이터를 가져옵니다. 지난 70년의 데이터를 보면 주식/채권/원자재 간의 평균 상관관계는 0에 수렴하는 게 사실이고, 주식-채권 간에도 시기별로 다르긴 하지만 큰 상관관계를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림 20) 음수의 상관관계를 예상하는 자산배분 투자자 입장에서는 조금 놀라울 수도 있죠. AQR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자산군은 시기별로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중화해주는 역할을 해주며 다각화를 해주기 때문에 충분히 유용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림 20: 주식/채권/원자재 간의 평균 상관관계는 0에 수렴한다


마지막으로 AQR은 자산배분 투자자가 가장 피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브리지워터와 Mellon은 각자 가능성이 높은 패러다임을 예측해놓고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지만, AQR은 어떤 패러다임이 올지를 맞추는 것은 확률적으로 굉장히 어렵다고 말하죠. 예컨대 현재 미국 명목 채권 금리가 매우 낮지만 충분히 마이너스 금리까지 더 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럼 마이너스 금리 이후는? 이라고 묻는 게 브리지워터와 GMO의 입장이긴 하지만 AQR은 이미 제로금리를 도입했었던 1930년대까지 백테스팅을 했죠. 장기적인 관점을 제공해 주는 데에 있어서 AQR의 리포트는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리서치 · 글 / Roger Kim

*본 자료는 정보제공을 위해 작성되었으며,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 판매를 권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참고 문서
[1]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0-09-02/bridgewater-s-risk-parity-shift-jolts-a-400-billion-quant-trade
AQR. (2017, Q4). Asset Allocation in a Low Yield Environment. Retrieved from AQR.
Croce, R. (2020, July). Risk Parity Makes Sense Now. Retrieved from Mellon Investments.
Inker, B. (2020, 2Q). Government Bonds Have Given Us So Much – Do they have anything left to give? Retrieved from GMO.
Qian, E., & Belton, B. (2020, May). Bond Yields Are Low, Fortunately, Risk Parity’s Utility is High. Retrieved from PanAgora.


※ 2022년 5월 31일, 이루다투자의 이름이 든든으로 새롭게 바뀌었습니다.

한국인이 달러 자산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

  • 국제통화 시장에서 변동성이 큰 위험 자산인 원화
  • 분산투자 관점에서 한국 투자자가 보유해야 할 달러 자산

이루다투자일임은 한국의 금융 기업이며, 이루다투자는 한국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입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 또한 한국인이실 것입니다.

한국인 대다수, 즉 우리는 한국에서 소득을 얻고, 소비하며, 자산을 축적합니다. 이 과정은 한국의 법정통화인 원화를 바탕으로 이루어집니다. 우리의 재산 역시 곧 원화로 거래되는 무언가(현금, 부동산, 주식 등)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익숙하여, 우리는 이에 대해 특별히 고민하거나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놓치고 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원화로만 재산을 구성했을 때 발생하는 위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위험 자산인 원화

우리가 체감하기에 1년 전의 100만 원과 오늘의 100만 원, 그리고 1년 후의 100만 원은 가치가 그리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정말로 그럴까요?

돈의 가치를 가늠하는 데는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하나는 물가와의 비교이고, 둘째는 외환과의 비교입니다. 한국은 생활 물가를 비교적 잘 관리하는 국가입니다. 그래서 국내에서 주로 소득을 얻고, 소비하는 우리의 관점에서 물가 대비 원화의 가치는 안정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국내 밖으로 시야를 넓히면 어떨까요? 다른 통화와 비교했을 때 원화의 가치 평가는 크게 달라집니다. 국제 통화 시장에서 원화는 달러, 엔화, 스위스 프랑 등의 통화 대비 변동성이 큰 위험자산으로 분류됩니다. 안전통화들과 비교했을 때 원화는 그 상대적 가치가 크게 변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이는 원화의 가치가 연동된 한국 경제의 특수성에 기인합니다. 한국은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로 되어 있으며, 세계 경기와 무역량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게다가 변동의 원인인 경기와 무역량 변동 폭보다 그 원화 가치의 변동 폭은 더 크고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이를 채찍 효과(Bullwhip effect) 라고 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볼까요? 세계 경기와 무역이 침체하거나 위협받을 경우(중국의 경제 위기, 미중 무역 갈등), 한국의 수출이 감소하거나 위협받을 경우(반도체, 자동차 수요 감소), 한국이 경제위기에 봉착할 경우(IMF, 서브프라임) 등의 상황에서 원화의 가치가 떨어지게 됩니다. 이런 상황은 그간 빈번하게 발생했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위의 상황 중에서도 경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원화의 가치는 가장 극명하게 위협을 받습니다. 경제 위기의 순간 투자자들은 원화와 같은 위험자산에서 빠져나와 달러와 같은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며, 원화와 원화로 구성된 자산의 가치는 크게 하락합니다. 경제 위기 발생 시 원화 기반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의 경우, 환율의 영향으로 전 재산의 가치가 하락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물론 원화의 가치가 다시 제자리를 찾는다면, 하락은 복구될 것입니다. 그간 한국 경제는 꾸준히 성장하여 위기 때마다 떨어진 원화 가치를 다시 회복시키는 역사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과거가 미래를 장담하진 못합니다.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이 정체되거나, 심지어 역성장할 가능성 역시 존재합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수십 년 이상 자산을 축적하며 살아가야 하므로, 우리의 자산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선 원화가 장기적으로 저평가 될 위험에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달러 자산은 안전망이자 기회

이러한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최선은 바로 달러 자산을 보유하는 것입니다. 원화 자산의 가치가 급락하는 상황에서 달러 자산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높아집니다. 따라서 달러 자산 보유는 전체 자산가치의 하락을 방어하며, 심지어 높은 환차익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루다투자의 올웨더 포트폴리오 백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수익률을 원화와 달러로 비교하여 설명하겠습니다. 대한민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IMF 외환위기를 겪은 1997년, 닷컴 버블이 터진 2000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금융위기를 겪은 2008년, 각각의 시기는 대한민국과 세계 증시를 뒤흔들만큼 무시무시한 경제 위기의 순간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루다투자의 올웨더는 오히려 매우 높은 수익률을 원화 기준으로 발생시킨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비밀은 경제 위기의 시기에 원화 대비 폭등하는 달러 가치(또는 달러 대비 폭락하는 원화가치)에 있습니다.

물론 이루다투자의 올웨더는 달러 기준만으로도 경제 위기라 믿기지 않을 만큼 든든한 방어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상승한 달러가치(또는 하락한 원화가치) 환율이 곱해지자, 원화 기준 수익률이 더욱 치솟은 것입니다. 이는 한국의 원화가 위험자산으로 미국의 달러가 안전자산으로 기능하는 세계 경제 시스템에서 거듭 반복될 현상입니다. 달러 자산에 투자함으로써, 우리는 앞으로 찾아올 경제 위기를 효과적으로 방어함은 물론 환차익까지 추구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거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달러 자산을 보유하는 경우, 경제 위기를 추가 자산 증식의 기회로 변모할 수 있습니다. 저평가된 알짜 원화 자산을 매수할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통상적으로 경제 위기 상황에서 개인과 기업은 신용 및 현금이 고갈되어 보유한 자산을 속히 현금화할 필요성이 높아집니다. 이 때문에 우량 기업이나 부동산을 시장에 제값 이하로 매도하기도 합니다. 내 전 재산이 원화 자산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내 자산의 가치도 함께 하락하고 있기에, 좋은 상품을 발견해도 이를 매수할 여력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시기에 달러 자산을 보유한 경우, 상대적으로 그 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에 폭넓은 매수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실제 이런 기회를 잘 살린 이들은, 경제 위기 전후로 큰 자산을 증식하기도 하였습니다.

원화를 기준으로 운용되는 투자 전략은, 그 투자 전략의 좋고 나쁨을 떠나 이러한 효과를 얻을 수 없습니다. 분산투자의 관점에서건, 환차익을 위해서건 달러 자산은 한국 투자자가 필수로 고려해야 할 옵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2022년 5월 31일, 이루다투자의 이름이 든든으로 새롭게 바뀌었습니다.

추석 연휴 이루다투자 이용 안내


안녕하세요. 이루다투자입니다.
추석 연휴 기간 이루다투자 서비스 이용에 대해 안내 드립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서비스별 공지를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영상통화 응대 시간 축소 운영


■ 추석 당일 (10월 1일) : 휴무
■ 추석 당일 외 연휴 기간 (9월 30일, 10월 2~4일) : 12시~18시

주민등록증 진위 확인 서비스 일시 중단


■ 중단 일시
– 2020년 9월 29일 (화) 20:00 ~ 10월 4일 (일) 24:00

■ 중단 사유
– 행정안전부 차세대 주민등록 정보시스템 도입

■ 중단 업무
– 주민등록증 진위 확인 서비스 (증권계좌 개설 등)
 

※ 운전면허증은 계속 이용 가능합니다.
※ 작업 진행에 따라 중단 시간이 변동될 수 있습니다.



보다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이루다투자 드림.

내가 올웨더 덕후가 된 계기

예스24 웹진 ‘채널예스’ 에 소개된 이루다투자일임 김동주 대표의 인터뷰 ‘카카오에 회사를 팔았던 프로그래머, 레이 달리오의 ‘올웨더’ 덕후가 되다.’를 옮겨와 전달합니다.


김단테


코로나19 위기로 주식시장이 급락하고 다시 반등하는 롤러코스터 장세의 연속이다. ‘동학개미운동’으로 많은 개미투자자가 수익을 얻었지만 종목 선택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고, 일부 선물 투자자는 오히려 큰 손실을 보았다. 개미투자자가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법은 없을까? 세계 최고 투자자 중 한 명이면서,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의 레이 달리오 투자법을 그대로 따라 할 수 있고, 그런 수익을 낼 수 있다면? 그 방법을 『절대수익 투자법칙』에서 철저하고 상세히 공개한다. 



레이 달리오 투자법은 자산 배분 전략을 사용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주식과 채권, 원자재 등에 분산 투자해 변동성에 대처하면서도 꾸준히 시장수익률을 얻는 방식이다. 저자는 레이 달리오와 올웨더 전략을 집요하게 분석하여 올웨더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무수한 백테스트와 투자 실험을 통해 밝혀냈으며,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휘청인 2020년에도 올웨더의 탄탄한 실적을 자신의 계좌로 증명하고 있다. 

『절대수익 투자법칙』은 올웨더가 어떤 투자법이고, 어떻게 해서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는지, 어떻게 따라 할 수 있는지 자세한 방법을 설명한다. 올웨더 전략으로 투자한다면 돈이 지나가는 모든 곳에 분산 투자함으로써 어떤 경제 상황에서도 꾸준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저자의 투자법을 책으로 소장하며 자신의 투자 원칙을 정립할 멋진 기회가 될 것이다.

절대수익 투자법칙


저자님은 김동주라는 본명보다 ‘투자왕 김단테’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프로그래머에서 갑자기 투자왕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제가 창업한 스타트업을 카카오에 매각하고, 경제적 자유를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이내 큰 허무함이 찾아왔습니다. 배부른 소리겠지만, 저에게는 그랬습니다. 결국 열정을 잃은 회사를 그만두고 방황의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여행을 다녀와도, 좋은 사람들과 비싼 식사를 해도, 결국 제 가슴속 어딘가가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의 자산을 점검해 보고 크게 놀랐습니다. 처음 큰 재산을 갖게 되었을 때 투자는 너무 어려운 것이라 여겨 은행원들과 자산관리사와 같은 전문가들의 추천 상품들에 수십 개 이상 다양하게 분산투자해두었는데, 수년간 개별적인 수익률을 모두 모아 확인하니 하나같이 형편없었습니다. 또 그즈음에 개인적으로 투자했던 P2P 상품이 부실에 빠져 큰돈을 잃기도 했습니다. 타인에게 맡기는 재테크에서 잇달아 실망하고 분노하게 되어, 이 분야를 진지하게 공부하고 정복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올웨더’ 투자전략이 다소 낯선 사람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정확한 의미는 무엇이고, 어떤 투자전략인가요?

올웨더라는 의미는 어떤 환경, 계절, 날씨에도 견딜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대개의 투자는 시장의 미래에 대한 예측을 기반으로 합니다. 앞으로 반도체가 유망할 것 같으니 삼성전자 주식을 사고, 미·중 무역갈등이 해결될 것 같으니 중국 인덱스에 투자하는 식입니다. 예측이 잘 맞는다면 큰 수익이 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예측에 성공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예측이 맞더라도, 경제는 복잡계이기 때문에 다양한 변수가 작용해 상상도 못 한 결과를 만들어 내곤 합니다. 요즈음은 그런 현상이 더 심한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전 세계의 경제는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습니다.


올웨더 투자는 반대로 접근합니다. 철저하게 예측을 배제합니다. 중단기적으로 어떤 국가가, 어떤 자산이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는 가정을 두고 시작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투자하는가 하면, 모든 국가와 모든 주식 모든 자산군을 다 담습니다. 과거에는 이런 모든 자산을 담는 투자가 개인에게 불가능했지만, 이제는 ETF(상장지수펀드)가 자리 잡아서 길이 열렸습니다.

그리고 적정한 비율을 조합합니다. 상관성이 낮은 자산을 배분해 위험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 것을 자산 배분이라고 합니다. 올웨더는 세계 경제가 처할 수 있는 양상을 성장과 인플레이션이라는 팩터로 나누어, 각 환경에 견딜 수 있도록 자산 배분합니다.

올웨더의 기원은 브리지워터입니다. 레이 달리오가 창업한 이 회사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는 헤지펀드입니다. 브리지워터를 스타로 만들었고, 지금도 성공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펀드가 1996년에 출시한 올웨더 펀드입니다. 이 펀드는 문자 그대로 예측을 최대한 배제한 올웨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 투자 방식과 철학에 매료되었습니다. 이후 해당 전략에 파고들게 되었고, 이 책은 그 결과물입니다.

김단테


‘아주 빠른 속도로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올웨더’가 맞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들이 이 투자전략을 선택하면 좋을까요?

빠른 속도로 부자가 되고 싶다면, 큰 노력을 하면서 동시에 운까지도 좋아야 합니다. 그 방법이 투자라면 더 힘듭니다. 투자로 인생역전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제로 투자로 인생을 바꾸신 분들은 정말 드뭅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19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부를 이룰 수 있었던 원천 1위는 ‘사업 소득’이었습니다. 이들의 연평균 소득 2.2억 원 중에서 근로나 사업을 통한 노동 소득이 63%인 반면, 금융상품 투자 소득은 33%에 불과했습니다. 투자만으로 부자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일매일 필사적으로 공부하고 분석하며 투자하는 펀드 매니저들조차도, 연 8% 시장지수만큼의 수익률을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투자에 전념하여 덤비지 않는 개인투자자가 투자만으로 빠르게 부자가 되는 것은 일어나기 힘든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아는 극소수의 성공한 투자자들은, 모두 진정으로 노력하고 긴 시간에 걸쳐 부를 쌓았습니다. 따라서 올웨더가 어울리는 사람은, 투자에 대해서 고민하고 대응할 시간이 적은 분들일 것 같습니다. 한국의 직장 생활에서의 노동강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어서, 투자에 관해서 공부하거나 고민할 시간이 많이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분들을 위한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몇 년간 애써서 공부한 내용을 다른 사람들과 나눈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블로그, 유튜브, 그리고 이번에는 이렇게 책으로 출간하시기까지 했는데, 이런 활동들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투자를 공부하며 그때그때 떠오른 생각을 기록하기 위해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 말하자면 저의 투자 일기장 같은 곳이었습니다. 그러다 남이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점점 더 책임감을 갖고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저의 생각도 더 체계적으로 정리가 되어 갔습니다. 글이 하나씩 쌓이면서 어느 순간 구독자가 늘기 시작했습니다. 반응이 좋고 관심을 받게 되니 더욱더 성장과 공유에 욕심이 났습니다.

그즈음 공부를 위해 해외의 유명 투자자들의 소식들을 유튜브를 통해서도 보게 됩니다. 정말 알차고 심도 있는 내용을 다루는 채널들을 구독하며 큰 도움을 받았는데, 어느 순간 한국어로는 그런 채널들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시장과 미래를 예측하고 분석하는 좋은 채널들은 있었지만, 자산 배분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채널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겸사겸사 유튜브로도 콘텐츠를 올리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블로그보다도 열심히 하게 되었네요. 

이렇게 블로그와 유튜브를 열심히 운영하며 구독자가 점차 늘다 보니, 같은 질문을 계속 받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제가 장기간에 걸쳐 쌓은 논리의 흐름을 보지 못하시고, 최신 콘텐츠만 접하신 분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계속 답을 드렸는데, 제가 개발자 출신이다 보니 어느 순간 단순 반복 대신 아예 전체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결과 책까지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저자님이 공부한 것과 그를 바탕으로 직접 경험한 것을 녹여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장마다 집중적으로 봤으면 하는 내용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저는 2장과 3장의 내용을 힘주어 강조하고 싶습니다. 어떤 분야를 시작하기 전에 그 분야가 얼마나 어렵고 힘든지, 그리고 내가 어느 정도의 능력이 있는지 인식하는 메타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투자를 시작할 때도, 투자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와, 내가 얼마나 그것에 대해 알고 있는지를 인식하는 게 첫 번째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이른바 지피지기입니다.

데이비드 더닝과 저스틴 크루거가 진행했던 실험에 따르면, 특정 분야에 대해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초보 투자자 중에 그런 분들이 제법 되는 것 같습니다. 현실을 냉철하게 인식하는 게 투자의 첫 번째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7장의 내용도 신경 써서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계량 투자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난 뒤의 문제는 데이터만이 정답이라고 확신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데이터가 있다기에는 금융의 역사가 짧습니다. 또 우리가 늘 예상 못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7장에서는 데이터가 설명해 줄 수 없는 부분들이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이미 활발히 활동하고 계시지만, 앞으로의 활동 계획도 궁금합니다.

저는 두 가지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유튜버입니다. 앞으로도 금융과 관련된 정보들, 특히 미국 시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서 전달해드리는 게 저의 목표입니다. 다른 하나는 금융회사 이루다투자일임의 대표입니다. 제가 가진 투자에 대한 철학과 방법들을 고객들도 똑같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투자일임 서비스 ‘이루다투자’를 만들고 있습니다. 서비스를 잘 완성하고, 많은 고객이 안전하고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게 도움을 드리는 게 저의 목표입니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한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언제나 급등하는 종목이 있습니다. 자극적이다 보니까 언제나 뉴스의 중심이 되고, 늦지 않게 뛰어들면 간단히 큰돈을 벌게 해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런 종목들에 손이 가는 게 인지상정이지만, 충분한 이해와 원칙 없이는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그런 투자로 성공할 확률도 높지 않습니다. 여러 논문과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주식시장에서 지속해서 이익을 얻는 사람이 극소수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경력이 짧은 투자자일수록 실력과 운을 잘 구분하지 못하고, 극단적으로 자금을 운용하다가 실패하는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세계적인 투자자들조차 크게 실패하는 것이 시장입니다. 여러분들의 경험이 적다면 최대한 보수적으로 시장에 투자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저는 투자를 공부하며 제가 죽을 때까지의 수십 년 이상 계속해서 운용 가능한 포트폴리오를 찾고자 했습니다. 올웨더는 근간이 단단하고 긴 기간을 통해 검증된 포트폴리오로, 마침내 제가 찾은 해답입니다. 자신만의 다른 투자법을 찾으시더라도, 올웨더라는 선택지에 대해서는 이해하고 넘어가시기를 추천해 드립니다. 길을 잃었을 때, 최후의 선택지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도서 정보
김동주, 『절대수익 투자법칙』, 이레미디어, 2020.

인터뷰 원문
채널예스, “카카오에 회사를 팔았던 프로그래머, 레이 달리오의 ‘올웨더 덕후가 되다'”, 2020.


※ 2022년 5월 31일, 이루다투자의 이름이 든든으로 새롭게 바뀌었습니다.

물가연동채권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

  • 기대 인플레이션과 실제 인플레이션에 따른 물가연동채권/ 명목 채권의 수익 변화
  • 명목 채권과 물가연동채권을 함께 보유함으로써 리스크 대비 수익률을 높일 수 있음
  • 장기적인 관점에서 물가연동채권은 명목 채권보다 주식의 변동성을 낮추는 역할을 더 잘할 수 있음
  •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물가연동채권은 명목 채권 대비 아웃퍼폼 가능성이 큼

자산배분 투자자는 물가연동채를 보유해야 할까요? 물가연동채를 쉽게 표현해 보자면 ‘물가와 함께 가격이 오르는 좀 특별한 채권’입니다. 물가연동채는 브릿지워터가 얘기하는 올웨더의 투자 필수 자산으로 항상 꼽히는데, 성장이 기대보다 낮은 구간, 인플레이션이 기대보다 높은 구간에 상승하게 설계된 자산입니다. 한마디로 성장이 기대보다 낮을 때 명목 채권의 역할을 해주길 바라면서 인플레이션 상승기도 대비하기 위해서 투자한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몇 가지의 의문점이 생깁니다.

1/ 명목 채권과 같은 역할을 해주는가? 만약 그렇다면 명목 채권보다 나은 점은 무엇인가?

2/ 인플레이션 헷지가 되는가?

3/ 인플레이션 헷지를 다른 자산군으로 해도 되지 않을까?

위 의문점에 대해 차례대로 대답해 보기 전에 먼저 물가연동채의 구조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보겠습니다.

물가연동채의 구조

물가연동채는 말 그대로 물가와 연동이 된 채권입니다. 국가가 인정한 물가 지수 (미국 같은 경우 CPI-U)에 원금과 쿠폰 이자가 연동되어 있죠. 인플레이션이 오르는 만큼 원금이 오르고, 오른 원금에 쿠폰 이자가 곱해져서 이자를 받습니다. 즉 일반 채권보다 쿠폰 이자가 작지만, 그 차이를 인플레이션의 상승분으로 만회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디플레이션 시기에는 어떨까요? 디플레이션이 오면 원금이 반대로 떨어질 것이므로 받는 이자가 명목 채권보다 더 적을 것입니다. 당연히 물가연동채에는 안 좋은 시기겠죠. 하지만 물가연동채의 최대 장점 중 하나가 이때 나타납니다. 바로, 미국 같은 경우 만기 시 디플레이션이더라도 원금을 보장해준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100을 투자해서 물가 하락 때문에 원금이 95로 내려가도 마지막에는 100을 받습니다. 이는 밑에서 더 설명할 것이지만 물가연동채를 보유해야 할 중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물가연동채를 명목 채권과 직접 비교해 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앞으로 1년간의 기대 인플레이션이 2%라고 했을 때 1년 만기 명목 채권이 쿠폰 이자를 3% 준다면 1년 만기 물가연동채는 쿠폰 이자를 1% 줄 것입니다. 여기서 실제 인플레이션이 2% 증가했다고 했을 시, 간단하게 원금이 100이고 이자를 연 1회 받는다고 가정해보면..

명목 채권은 만기 시 받는 돈이 100+(100*0.03)으로 103이고

물가연동채는 102+(102*0.01)로 103.02입니다.

물론 아주 간단히 설명했을 때 그렇다는 것이고, 실제 인플레이션과 기대 인플레이션은 대개 차이가 있으므로 큰 의미는 없는 계산입니다. 실제로는 Inflation Risk Premium이 있으므로 기대 인플레이션이 2%라도 실제 인플레이션은 2%보다 작을 수도 있고, 혹은 (D’Amico et al., 2018)에 잘 설명돼 있듯이 Liquidity Premium 때문에 실제 인플레이션이 2%보다 더 클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건 결국 기대 인플레이션 대비 실제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오르는가가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물가연동채가 명목 채권보다 수익이 더 날 때는 기대 인플레이션보다 실제 인플레이션이 높을 때이고, 명목 채권의 수익이 더 날 때는 기대 인플레이션보다 실제 인플레이션이 낮을 때입니다.

물가연동채가 명목 채권보다 나은 이유는?

1. 기존의 명목 채권과 주식과의 관계

물가연동채를 다루기에 앞서 명목 채권과 주식의 관계에 대해서 먼저 분석해 보겠습니다. 자산 배분의 가장 순수한 버전인 60/40에서 채권을 보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통상적으로는 주식과 채권의 상관관계가 반대이기 때문에 주식의 변동성을 포트폴리오 내부에서 채권이 중화시켜주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최근의 하락장들을 (2008년 금융 위기, 코로나 위기) 살펴보면 주식이 크게 하락할 때 채권이 상승하여 안전 자산의 역할을 톡톡히 해왔습니다.

하지만 자산배분 투자자들이 흔히 범하는 오류중 하나가 주식과 채권의 상관관계가 항상 음수일 거로 생각하는 것이죠. 밑의 그림 1에서 볼 수 있듯 항상 음수는 아닙니다. 70~80년대에는 상관관계가 오랫동안 양수였습니다. 상관관계가 양수일 때는 대개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하락하는 시기라는 점이 더 중요하죠. 오히려 우리가 일반적으로 채권에 기대하는 역할을 하던 시점은 95년도부터인데 그리 긴 시기가 아닙니다.

그림 1: 주식과 명목 채권의 상관관계 장기시계열 from (PIMCO, 2013)

주식과 명목 채권의 이러한 상관관계의 원인에 대해서는 결론이 거의 같습니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금리 기조)의 영향이 크다는 거죠. 밑의 그림 2에서 볼 수 있듯 주식과 명목 채권의 상관관계는 금리가 상승할 때는 양수이고 금리가 하락 할 때는 음수입니다. 그림 3은 최근에도 같은 트렌드가 있음을 보여주는데 연준(Fed)이 QE를 그만둔다거나 금리를 올리려는 시도만 해도 주식과 명목 채권의 상관관계는 양수로 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림 2: 금리 상승기에는 주식과 명목 채권의 상관관계가 양수이다 from (Baele & Van Holle, 2017)
그림 3: 연준이 매파(Hawkish)가 되면 상관관계가 양수로 바뀐다 from (DE Shaw, 2019)

2. 물가연동채가 필요한 이유

이렇게 명목 채권과 주식의 상관관계가 양수일 때는 같이 하락하지만, 그림 4처럼 명목 채권의 실질 수익률은 특히 처참하게 무너집니다. 거의 대공황 때의 주식 하락 수준으로 말이죠. 또한, 장기채를 보유하고 있었다면 하락 폭이 더 심했을 것입니다.

그림 4: 금리 상승기는 명목 채권에 재앙이다 from (Credit Suisse, 2011)

자산배분 투자자들은 보통 명목 채권을 많이 보유하고 있으므로 이런 시기에 취약합니다. 이게 바로 명목 채권과 물가연동채를 같이 보유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높을지 낮을지 금리 정책이 완화적일지 긴축적일지 모르기 때문에 명목 채권만을 보유하는 것보다 물가연동채를 같이 보유하는 것이 리스크 대비 수익률을 높여줍니다. 물가연동채는 금리 상승기에 명목 채권처럼 무너지지 않고, 동시에 금리가 낮을 때 기존의 채권의 방어력을 보여주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그렇다면 물가연동채는 ‘과연 명목 채권의 역할을 해줄 수 있을까?’입니다. 사실 이론적으로 봤을 때 금리가 낮을 때 물가연동채는 기대 인플레이션을 반영할 뿐 명목 채권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기대 인플레이션과 실제 인플레이션이 같다면 (liquidity premium과 inflation risk premium이 없거나 아주 작다고 가정했을 시) 명목 채권과 같은 수익률을 내도록 설정되어 있습니다. 특히 최근과 같이 장기간 금리가 낮은 환경에서는 인플레이션의 변동성이 아주 작아서 물가연동채가 명목 채권과 같이 움직일 것이라는 게 맹목적인 가정은 아닙니다.

이론을 벗어나서 실증적인 결론부터 말해보자면 저금리 체제에서 물가연동채가 명목 채권만큼의 주식의 변동성을 중화시켜주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듀레이션이 비슷한 IEF와 TIP을 동기간 비교해 봤을 때 IEF가 CAGR이 더 높고 주식과의 상관관계가 낮습니다 (그림 5,6). 듀레이션이 더 긴 TLT와 LTPZ을 비교했을 땐 그 차이가 더 뚜렷합니다. LTPZ이 만들어진 2010년부터 비교했을 시 LTPZ의 주식과의 상관관계는 -0.04이지만 TLT는 -0.51로 상당히 큰 음수입니다.

그림 5: 2004년 부터의 수익률을 보면 1번 IEF가 2번 TIP보다 성적이 좋다 from PV
그림 6: 채권 ETF들의 CAGR과 SPY와의 상관관계 from PV

결국, 저금리가 유지되는 시기에는 보통 기대 인플레이션보다 실제 인플레이션이 낮으므로 명목 채권이 더 수익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닿을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 10년의 중앙은행의 기조를 보면 실제 인플레이션을 2%로 올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있습니다 (그림 7).

물가연동채의 또 하나의 단점은 위기 때 채권의 역할을 못 해준다는 것입니다. 밑의 그림 8에서 볼 수 있듯이 2008년의 위기 때와 최근 코로나의 위기 때 물가연동채 금리가 위로 튑니다.(가격이 폭락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두 가지의 설명이 있는데 먼저 디플레이션 공포감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고, 또한 유동성 문제라는 의견도 있습니다(D’Amico et al., 2018). 그림 8을 보면 보통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면서 금리가 빠르게 회복하기는 합니다.

그림 7: 2010년 대에는 실제 인플레이션이 2% 목표를 밑돌았다 from FRED
그림 8: 위기가 오면 물가연동채 금리가 위로 튄다 from FRED

하지만 저금리 기조가 계속 유지되는 것도 아니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다를 수 있습니다. Kothari (2004)는 1951년부터의 물가연동채 데이터를 인위적으로 만들어서 주식과 명목 채권, 주식과 물가연동채의 상관관계를 계산하는데, 5년 만기 기준으로 명목 채권은 0.24인 반면에 물가연동채는 -0.05라고 합니다. 물론 미국의 물가연동채가 처음으로 발행되기 시작한 시기가 1997년임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 데이터는 완전히 신뢰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루다투자 내부에서는 여러 논문을 참고해 물가연동채의 데이터를 만들려고 노력해 왔고, 현재까지의 결과로는 70년부터의 데이터에서 장기 채권 기준 명목 채권과 주식의 상관관계는 0.02인 반면 물가연동채와 주식의 상관관계는 -0.25로 위의 데이터와 결과가 비슷합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물가연동채가 명목 채권보다 주식의 변동성을 낮추는 역할을 더 잘할 수도 있습니다.

논리적으로 봤을 때 이 결과가 이해는 됩니다. 물가연동채는 저금리 시기에서도 일반채권만큼은 아니지만, 주식과의 상관관계가 낮고, 고금리 시기에는 일반채권보다 낮기 때문이죠. 그러므로 저금리 시기와 고금리 시기가 앞으로 모두 온다고 생각하면 물가연동채가 더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미국의 물가연동채는 디플레이션이 오더라도 원금이 보장되어 있어 더욱 매력적인 투자자산입니다.

물가연동채로 인플레이션 헷지하기

사람들은 ‘물가연동채가 정말 인플레이션을 헷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궁금해합니다. 인플레이션 시대에 명목 채권보다 수익률이 높을 거라는 것은 위에서 말했듯이 당연하지만, 인플레이션을 헷지 한다는 건 또 다른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인플레이션을 헷지 해주는 자산군으로는 보통 원자재와 금을 떠올리지만, 물가연동채도 후보에 포함되곤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Vanguard (2017) 의 리포트가 유용한데, 밑의 그림 9에서 볼 수 있듯이 물가연동채의 수익률은 듀레이션에 따라 다르지만 인플레이션과의 상관관계가 높은 편입니다. 특히 단기 물가연동채 같은 경우 원자재 선물과 금보다도 더 큰 상관관계를 보여줍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만기가 짧아 보유 채권의 교체가 잦으므로 금리가 상승할 때 그 혜택을 고스란히 받기 때문입니다.

그림 9: 여러 자산들과 인플레이션 간의 상관관계 Vanguard (2017)

하지만 더 최근에 나온 리포트인 (Vanguard, 2019)에서 뱅가드는 상관관계보다 인플레이션 베타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인플레이션 베타란 인플레이션이 1% 올랐을 시 각 자산의 수익률이 얼마나 올랐는지를 측정하는 지표입니다. 상관관계는 두 데이터가 얼마나 같이 움직이는지를 보여주지만, 인플레이션 베타는 수익률이 얼마나 증가할지를 더 정확히 보여주지요. 밑의 그림 10을 보시면 단기 물가연동채의 인플레이션 베타가 그리 높지 않다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중·장기 물가연동채의 인플레이션 베타와 비슷한 수치죠. 인플레이션 베타가 가장 높은 자산은 원자재 선물이고 미국 주식이나 명목 채권은 음수의 베타를 보여줍니다. 금은 원자재 선물과 물가연동채 사이에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물가연동채가 인플레이션을 헷지 하는 자산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보통 인플레이션을 헷지한다는 개념은 큰 인플레이션이 왔을 때 하락하는 주식과 명목 채권의 변동성을 중화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물가연동채의 인플레이션 베타는 고작 1 근방이므로 다른 자산군들의 하락을 헷지해 줄 수가 없습니다. 금(3)이나 원자재 선물(6~7) 정도의 인플레이션 베타 수치가 나와야 포트폴리오 전체의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헷지한다고 볼 수 있죠. 이는 (Schroders, 2011) 논문의 결론과 이루다 내부에서 진행한 1970년대 백테스트의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림 10: 여러 자산들의 인플레이션 베타 from (Vanguard, 2019)

결론적으로 물가연동채는 포트폴리오의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헷지해주기 위해서 보유한다기보다는, 명목 채권이 인플레이션에 취약한 점을 인지하고 그것을 피하려고 보유한다고 보는 게 더 맞습니다. 명목 채권을 40% 보유하는 포트폴리오와 명목 채권 20%, 물가연동채 20%를 보유하는 포트폴리오를 직접 비교한다고 생각하시면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큰 인플레이션이 왔을 때 명목 채권은 손해를 보겠지만, 물가연동채는 잘 버텨줄 것입니다. 또한, 이 경우 다른 인플레이션 헷지 자산들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을 때, 그 자산들이 헷지해야 하는 총량을 크게 줄여줍니다. 그러므로 어느 시대든 물가연동채’만’ 들고 있는 것은 현명하지 않지만, 포트폴리오 내부에서 명목 채권의 역할도 해주고 인플레이션도 어느 정도 방어해주는 물가연동채를 장기간 보유하는 것은 매우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이야기

더불어 패러다임 전환에 관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브리지워터가 가장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최근 GMO, Robeco, Man Group 같은 거대 자산운용사와 헤지펀드들도 명목 채권의 종말과 인플레이션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Bloomberg에서는 ‘the Great Inflation Debate’라고 표현하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논쟁이 얼마나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죠. 명목 채권의 종말과 인플레이션 관련해서는 이루다투자 홈페이지의 전 글들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인플레이션이 온다면 물가연동채가 명목 채권을 아웃퍼폼 할 것은 기정사실입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실질 금리는 하방이 막혀있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전 글에서도 설명해 드렸다시피 1940년대 같은 시대가 온다면 인플레이션이 와도 정책 금리가 안 오를 수도 있습니다. 이 말은 실질 금리가 끝없이 내려갈 수 있다는 것이고 물가연동채의 수익률도 상방이 많이 열려있다는 뜻입니다. 이는 상방이 뚜렷하게 닫혀있는 명목 채권과 비교해 봤을 때 큰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최근 연준에서도 평균 인플레이션 타겟팅을 선택하면서 상당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용인할 수도 있다는 정책 기조를 띄고 있습니다.

그림 11: 인플레이션이 와도 정책 금리가 오르지 않은 1940년대 from (Bridgewater, 2020a)

또한, 놀랍게도 장기 시계열로 봤을 때 명목 채권 보다도 주식의 변동성을 잘 중화시켜주는 조합이 바로 금과 물가연동채입니다. 브리지워터는 명목 채권은 끝났고, 인플레이션이 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고 있지만, 꼭 오지 않더라도 물가연동채는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물가연동채는 1997년에 만들어졌으므로 가공된 데이터로 진행된 백테스트입니다. 100% 믿을 수는 없다는 뜻이죠.

그림 12: 주식/금/물가연동채 조합은 100년 이상의 벡테스트에서 주식/명목 채권 조합을 아웃퍼폼했다.

결론

짧게 정리해 보자면 앞서 말한 패러다임 전환이 온다면 물가연동채는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명목 채권처럼 인플레이션 시기에 수익이 무너지지 않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헷지 자산들이 헷지해야 할 총량을 줄여주기 위해서라도 물가연동채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중요합니다. 게다가 일반적인 시기에는 심한 디플레가 아닌 이상 명목 채권의 역할을 준수하게 해주고요. 디플레이션이 오더라도 원금이 보장됩니다. 그러므로 균형잡힌 베타라는 철학에 잘 들어맞는 자산군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투자에 무조건 좋기만 한 것은 없겠지요. 앞서 말했듯이 인플레이션 베타가 그렇게 높지는 않고, 명목 채권만큼의 방어력을 보여주지는 않으니 어떻게 보면 이도 저도 아닌 자산군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Rowland 와 Lawson 의 책 the permanent portfolio 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지수를 설정하는 것이 국가인데 과연 물가연동채가 온전히 인플레이션으로부터 보호해줄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또한, 생긴 지 얼마 안 된 자산군이기 때문에 과거 데이터를 신뢰할 수 없으므로 더욱 신중히 투자해야 하는 자산군이라는 것도 사실입니다.

리서치 · 글 / Roger Kim

*본 자료는 정보제공을 위해 작성되었으며,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 판매를 권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 2022년 5월 31일, 이루다투자의 이름이 든든으로 새롭게 바뀌었습니다.

이루다투자 상품 이용료 체계 변경 안내


이루다올웨더의 상품 이용료가 체계가 변경됩니다. 기존까지 이루다올웨더는 기본 수수료와 성과 수수료 체계를 제공하고 그중 투자자가 선택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9월 1일부터 이루다올웨더 상품 이용료 선택지에서 성과 수수료가 사라지고, 기본 수수료 하나만을 제공합니다.

성과 수수료 폐지 배경

기본 수수료는 투자 실적과 무관하게 운용 금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는 방식입니다. 이루다올웨더의 기본 수수료는 원금의 연 0.3%이며, 투자금이 500만 원을 넘는 경우에만 수수료를 받습니다. 반면, 성과 수수료는 수익이 났을 때만 수익금의 9%를 받습니다. 수익이 나지 않았다면 수수료를 받지 않습니다.

두 수수료 방식 모두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루다올웨더에서는 고객이 직접 내가 이용할 수수료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두 가지 모두 제공하였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방식을 직접 선택할 수 있기에 그것이 곧 고객에게 좋은 방향일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희의 의도와는 다르게, 서비스 출시 후 어려움을 겪는 고객 문의가 이어졌습니다. 먼저, 수수료 방식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문의하시는 고객이 많았습니다. 이미 투자가 익숙하고 선호하는 방향이 뚜렷한 고객의 경우 수수료 선택이 쉬웠지만, 그렇지 않은 분께 선택지는 오히려 혼란 요소가 되었습니다. 계약 시 수수료 선택 문의와 계약 후 수수료 변경 문의는 실제 서비스 출시 후 가장 많은 문의가 들어온 항목 중 하나였습니다.

본인에게 불리한 수수료 방식을 선택하여 운용하시는 사례도 발생했습니다. 예를 들어, 투자금이 500만 원 이하일 때 기본 수수료를 선택하는 것이 무조건 유리합니다. 기본 수수료는 500만 원까지는 수수료가 전혀 발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본 수수료에 이런 혜택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성과 수수료에도 같은 방식으로 수수료 무료 혜택이 적용되는 것으로 오해하신 고객들이 많았습니다.

현재 이루다올웨더 수수료 선택 비율은 기본 수수료 82%, 성과 수수료 18%로 입니다. 각기 다른 장단점이 있으나, 장기 투자 시 실질 수익을 비교했을 때 기본 수수료 방식이 상대적으로 유리합니다. 올웨더같은 자산배분 방식의 투자는 긴 호흡으로 투자를 해야 하며, 그런 판단으로 기본 수수료를 택한 분이 많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기존 및 신규 고객에 대한 안내

이같은 상황을 바탕으로 이루다투자는 지금이라도 불필요한 혼동을 막고, 다수의 고객이 원하는 방향에 집중해서 운영하기 위해 단일 수수료 체계로 변경하기로 하였습니다.

달라지는 내용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9월 1일 이후) 신규 투자자
    • 기본 수수료만 제공
  • (9월 1일 기준) 기존 투자자
    • 성과 수수료 유지 가능
    • 성과 수수료에서 기본 수수료로 전환 가능
      (전환 시 이미 발생한 성과 수수료 받지 않음)

기본 수수료 0.3% 단일 체계는 9월 1일부터 신규 계약자 대상으로 적용됩니다. 기본 수수료 적용 방식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또한, 기존에 이미 성과 수수료를 선택해 운용 중인 고객은 계속 성과 수수료 방식으로 이용 가능합니다. 성과 수수료를 이용하고 있지만, 기본 수수료로 전환하고자 하는 분께는 별도의 안내를 드릴 예정입니다.

이렇게 변경된 이루다올웨더 기본 수수료 방식을 다시 한 번 안내드립니다.

이루다올웨더 상품 이용료

  • 기본 수수료 0.3% (후취)
    • 투자 원금 기준 500만 원까지 수수료 무료
    • 중도 출금 수수료 없음. 해지 수수료 없음

기본 수수료는 투자원금 기준 500만 원까지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습니다. 500만 원을 초과할 경우, 초과하는 만큼의 금액에 한해서만 수수료 0.3%가 부과됩니다. 예를 들어 투자 원금이 700만 원일 때 200만 원에 한해서만 수수료 0.3%가 부과되는 것입니다. 투자 원금 기준으로 수수료가 부과되기 때문에, 480만 원을 투자한 뒤 수익이 발생해 총 운용 금액이 500만 원을 초과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수수료는 0원입니다.

올웨더 상품만큼은 ‘어떤 투자일임 서비스보다도 저렴하고 고객 친화적인 수수료를 책정’하겠다는 것을 약속드립니다. 이번 상품 이용료 체계 변경과 관련된 문의가 있는 분께서는 이루다투자 앱 내 고객센터 혹은 이루다투자 고객지원 (https://www.iruda.io/faq) 페이지 내 말풍선 버튼을 눌러 문의 바랍니다.

채권의 시대는 끝난걸까? 제로금리 대처법

  • 현재 채권이 갖고 있는 문제점
  • 제로금리 시대, 채권 투자 대처법

자산배분 투자자들은 채권이 다각화의 기능을 상실했는지를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기축 통화를 보유한 주요 선진국들의 국채 금리가 역대 최저인 상황이고, 인플레이션의 가능성이 커지면서 주식과 채권의 상관관계가 지속해서 반대를 유지할 지도 미지수입니다. 그 외에도 제로금리 상황에서 어떻게 투자를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항상 있죠. 이런 경우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브리지워터의 논문을 위주로 알아보겠습니다.

정확히 채권의 어떤 점이 문제인가?

① 역대 최저 수준의 채권 금리

먼저 어떤 상황인지를 설명해보겠습니다. 지금은 채권의 금리가 전반적으로 굉장히 낮은 상태입니다. 그 예로 그림1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의 10년 만기 채권 금리는 역대 최저입니다. 이는 장기적인 고정 수익률이 낮을뿐더러 채권의 가격상승에서 오는 수익이 적을 거라는 것을 말해 주고 있죠. 미국뿐만이 아니라 주요 선진국(유럽, 일본)의 10년 만기 채권 금리는 0에 가깝거나 마이너스입니다. (그림 2) 만기가 더 긴 채권들 역시 같은 상황에 놓여 있고,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1% 미만인 국채는 약 80%에 육박합니다. (그림 3)

그림 1: 미국의 10년 만기 채권 금리는 역대 최저이다
그림 2: 독일과 일본의 채권 금리 역시 굉장히 낮다 (출처: Bloomberg)
그림 3: 전세계적으로 금리가 1% 미만인 국채는 80% 가까이 된다

② 채권에 대한 낮은 기대 수익률

그뿐만이 아니라 수익률 곡선의 각도가 평평한 상태이므로 원하는 수익률을 얻기가 굉장히 힘든 상황입니다. (그림4) 보통은 장기 국채가 단기 국채보다 금리가 높으므로 금리가 전반적으로 낮은 것과는 상관없이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예컨대 2008년 때의 10년물 금리는 3%였고, 대공황 때도 3.5%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0.5%에서 0.7% 부근에 있습니다. 그렇다고 단기 금리가 더 내려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이는 장기부채 사이클의 끝에 왔다는 걸 뜻하고, 더는 채권으로 수익을 내기가 힘들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림 4: 단기 국채와 장기 국채의 금리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금리가 마이너스로 내려간다면 어떻게 될까요? 물론 수익을 더 낼 수 있을 것입니다. 밑의 그림 5를 보시면 10년물이 -1%까지 갔을 경우 17% 정도의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계산하고 있습니다. 0%까지만 가도 7%의 추가 수익이 가능합니다.

반대로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실제 금리가 장기적 평균 수준으로 다시 올라가고, 인플레이션이 지금 수준을 유지하면 19% 손해가 납니다. 인플레이션이 현재 수준에서 2.5% 정도 더 올랐을 경우 31%의 손실이 나고요. 이는 위험 대비 수익 관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는 게 브리지워터의 의견이고, 상당 부분 동의합니다. 물론 지금은 실제 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춘 상태이고, 언젠가는 평균 회귀를 할 거라고 가정했을 때의 일입니다.

그림 5: 앞으로 3년 간의 금리 시나리오에 따른 채권 수익률

금리가 마이너스로 가더라도 채권에서 더 이익을 거두기 어려운 이유는 올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 위기 때 금리가 이미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던 일본과 유럽은 (금리 인하의 여력이 있던 미국과 다르게) 인상적인 수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그림 6) 미국의 채권은 6개월 사이 9%의 수익률은 보여주었지만 유럽은 2%, 일본의 거의 0%의 수익률을 보여줬습니다. 디플레이션 위기의 상황에서도 자금이 채권으로 몰리지 않는다면 채권의 상방은 상당 부분 닫혀 있다고 봐도 되죠.

그림 6: 이번 코로나 위기 때 유럽과 일본의 채권은 제 역할을 해주지 못 했다

③ 채권이 갖고 있던 주식 변동성 중화 기능 저하

지금까지는 채권 단독으로 생각했지만, 포트폴리오 전체를 생각하면 더욱더 상황이 안 좋습니다. 그림 6과 같이 주식이 떨어질 때 채권이 이익을 거두지 못한다면 채권은 주식의 변동성을 중화해주는 역할을 포트폴리오에서 못 하게 됩니다. 그림 7에서 볼 수 있듯, 주식이 폭락할 때 항상 큰 금리 인하가 있었고 이는 저절로 채권 가격의 큰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금리 인하가 주식 폭락에 도움을 주는 이유는 첫째로 대출이 쉬워져 경기를 부양할 수 있고, 둘째로 기업들이 미래에 벌 돈의 현재가치(할인율)가 상승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방어적 금리 인하와 채권의 가격 상승이 불가능하다면 채권에 투자할 이유가 더욱 사라집니다.

그림 7: 주식이 많이 떨어질 때면 항상 방어적 금리 인하가 있어왔다

제로 금리 대처법

채권의 시대는 끝난 것일까요? 제로금리에서 채권에 투자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일까요? 적어도 브리지워터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균형 잡힌 자산 배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원칙이 필요합니다:

1/ 현금보다 우상향하는 자산군들을 찾아야 한다

2/ 이 자산군들이 미래의 경제 시나리오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야 한다

브리지워터에 의하면 채권은 두 가지의 기능을 모두 상실했다고 합니다. 채권 투자가 이 원칙들을 지킬 수 없다면 다른 자산군들을 찾는 게 맞을 수도 있죠. 그 전에 먼저 패러다임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패러다임 전환에 따른 채권 투자 양상

이 패러다임 전환이 중요한 이유는 채권 투자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MP1과 MP2 정책을 사용하던 당시는 상대적으로 채권 투자를 하기 좋은 시기였습니다. 경기 불황이 오거나 주식시장이 미끄러지면 중앙은행은 너무나도 당연하게도 금리를 인하하거나 국채를 사들였으므로 채권에 좋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릅니다. 전에 블로그 다른 글들에서도 언급했듯 우리는 통화정책 제3단계 (MP3)에 와 있습니다. 금리를 조절하는 MP1, 양적 완화로 불리는 MP2와는 달리 MP3의 시대에는 중앙은행이 정부의 부채를 매입해서 재정정책을 노골적으로 도와줍니다.

중앙은행이 더는 통화정책을 쓸 수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에 정부에게 재정정책을 더 활용하라고 재촉합니다. 여기서 정부지출이 나오게 되면 직접적인 소비가 이루어질 것이고, 이는 물가 상승에 압박을 줄 것입니다. 하지만 금리는 여전히 낮게 맞추어져 있을 가능성이 있고, 이러면 실질 금리는 끝없이 추락하게 됩니다.

그림 8: 우리는 MP3 세상에 살고 있다

MP3가 가장 많이 활용됐던 시기는 1940년대입니다. 지난 글(1940년대 글 링크)에서 언급했듯 대공황의 여파로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있었던 미국은 전쟁을 맞이하면서 돈을 찍어 재정을 조달하였습니다. (그림9) 이는 결국 47년에 큰 인플레이션을 불러왔지만 장기 금리는 51년도까지도 낮게 유지됐습니다. (그림10) 성장과 인플레이션에 관계없이 금리가 낮게 유지 되는 금융 억압(financial repression)이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실질 금리는 계속 떨어졌을 것입니다.

그림9: 40년대에 미국 정부는 돈을 찍어서 정부 지출 자금을 조달했다
그림 10: 성장과 인플레이션에 관계 없이 장기 금리는 낮게 유지 되었다

1940년 대와 같은 상황에서의 포트폴리오 구성

이런 시기가 온다면 좋은 포트폴리오의 구성은 어떻게 될까요? 브리지워터는 명목 채권은 일단 제외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인플레이션을 용인하고, 실질 금리가 떨어지는 시기에 명목 채권을 들고 있는 것은 손실 확정에 가깝습니다. 현재 미국의 재정적자는 CARES 2 법안이 통과되면 40년대 수준을 초월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림11) 이뿐만 아니라 부의 불평등이나 세계 경제 패권 다툼 관점에서도 40년대와 비슷한 점이 많죠. 지금 시대에 좋은 자산군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그림 11: CARES 2 법안이 통과되면 미국의 재정 적자는 40년대 수준을 초월할 수도 있다 (출처: @soberlook)

브리지워터는 금과 물가연동채를 추천합니다. 물가연동채는 리플레이션 시기에 상당한 수익률을 보여줍니다.(그림 12) 2010년 이후로 유럽은 금융위기 여파로 인해 돈을 찍어내고 있고, 그 결과 실질 금리가 상당 수준 떨어졌습니다. 명목 금리와는 다르게 저점이 없다는 점에서 실질 금리의 유리함이 드러납니다.

금 또한 모든 리플레이션 시기에 굉장히 수익률이 높았습니다. (그림13) 어떤 화폐랑 비교해봐도 높은 수익률을 보여주지요. 이는 금이 어떤 시기에든 궁극적인 화폐가 될 수 있다는 걸 뜻합니다.

이렇게 각 자산군의 수익률도 좋지만, 주식은 원리적으로 인플레이션에 취약하므로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금과 물가연동채가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효과도 나타납니다. 즉 명목 채권이 하던 변동성 중화 역할을 금과 물가연동채가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림12: 리플레이션 시기에 강한 물가연동채
그림13: 마찬가지로 리플레이션 시기에 엄청난 수익률을 보여준 금

3가지 경제 시나리오 별 추천 자산

하지만 꼭 인플레이션이 오는 건 아니고, 다른 가능성도 열어놔야 합니다. 이에 따라 브리지워터는 여러 경제 시나리오를 가정해 놓고 백테스트를 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림 14) 제일 위에 있는 시나리오는 스태그플레이션입니다. 1970년대의 이야기죠. 주식, 명목 채권의 수익률은 굉장히 안 좋고 물가연동채와 금의 수익률이 압도적으로 좋습니다. 브리지워터는 이 시나리오가 일어날 확률이 가장 높다고 합니다.

그다음은 성공적인 리플레이션입니다. 이 경우 성장이 나오기 때문에 주식은 당연히 좋겠죠. 하지만 인플레이션도 강하게 나올 것이기 때문에 물가연동채도 좋을 것입니다. 명목 채권과 금 같은 경우는 40년대와 2008년 이후 시기의 수익률이 조금 다르게 나오는데, 40년대가 더 현실적이라고 보셔야 합니다. 두 자산군 다 수익률이 높지도 나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높은 인플레이션 시기임을 고려하면 실질 수익률은 높지 않았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MP3를 비롯한 경기 부양이 제대로 되지 못해 디플레이션으로 빠지는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이 같은 경우는 명목 채권의 수익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브리지워터 같은 경우 이 시나리오의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합니다. 1800년부터 39개국 127개의 리플레이션 시나리오를 봤을 때 이런 경우가 드물었다는 것이죠.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시나리오에서 제외하는 것을 현명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림14: 여러 경제 시나리오 백테스트

실로 놀라운 건 장기시계열로 봤을 때 전통적인 자산 배분인 주식60/채권40, 혹은 균형 잡힌 주식/채권 포트폴리오보다도 균형 잡힌 주식/물가연동채/금 포트폴리오가 수익률이 더 높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물론 인플레이션이 높았던 세계전쟁 시기나 70년대를 포함해서 그렇고, 어떤 시기를 보느냐에 따라서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 시기를 거친 100년 이상의 백테스트는 자산배분 투자자 관점에서 꽤 유의미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림 15: 주식/물가연동채/금 100년 이상 백테스트

결론

앞서 보셨듯이 브리지워터의 논문만 봤을 때는 명목 채권의 시대는 끝난 것만 같습니다. 브리지워터는 금과 물가연동채를 반복해서 예찬하고 있죠. 이 논문에 크게 공감하면서도 브리지워터가 틀릴 수 있는 이유에 대해서 논하면서 글을 마칩니다.

1/ 아직도 마이너스 금리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경제와 투자에서 ‘절대’라는 것은 없습니다. 물론 위험 대비 수익 관점에서 좋지 않은 선택일 수는 있으나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면 채권의 가격은 상승할 것입니다.

2/ 디플레이션 시나리오가 올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1929년에는 대공황이 왔었고요. 디플레이션 시나리오에서는 모든 자산군의 수익률이 처참할 것입니다. 그나마 명목 채권이 버틸 것이고요. 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3/ 전에 글을 쓴 적도 있지만, 일본의 사례(관련 글 링크)만 보더라도 금리가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하는 것은 정말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90년대 후반부터의 일본은 금리가 낮았는데도 불구하고 명목 채권의 수익률이 낮지 않았고 주식과의 상관관계도 음수를 꾸준히 유지했습니다.

4/ 전 세계의 모든 명목 채권이 그렇다는 것도 아닙니다. 중국 같은 경우 10년물 수익률이 3%대를 유지하고 있고, 브리지워터도 중국의 명목 채권은 아예 성격이 다르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채권의 시대가 끝났다고 말하기에는 무리일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도 제로금리 시대에 대한 재밌는 내용 더 자세히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리서치 · 글 / Roger Kim

*본 자료는 정보제공을 위해 작성되었으며,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 판매를 권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인용 자료

https://www.bridgewater.com/grappling-with-the-new-reality-of-zero-bond-yields-virtually-everywhere


※ 2022년 5월 31일, 이루다투자의 이름이 든든으로 새롭게 바뀌었습니다.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1940년대를 공부하는 이유

  • 1930년대와 2020년 세계 경제의 상관 관계
  • 1940년대 금융-경제-정치 상황 분석
  • 앞으로 펼쳐질 경제 상황에 대한 예측

1940년대 분석

1940년대는 격동의 시기였습니다. 일단 세계질서를 바꾼 세계2차대전이 일어났었죠. 하지만 금융의 역사에도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였습니다. 미국은 YCC(Yield Curve Control 수익률 곡선 제어)라는 정책을 실행해 금리를 고정시켰고, 독일과 일본의 주식시장은 문을 닫았습니다. 1945년 미국이 패권을 잡음에 따라 지금까지도 위세를 떨치고 있는 기축통화인 달러의 시대가 시작되었죠. 이 글에서는 1940년대의 분석을 통해 현재와 과거의 평행선을 그어보겠습니다. 그때도 오늘날도 세계 경제의 주축을 담당하고 있는 미국 위주로 이야기가 진행될 것 같습니다.

1930년대와 지금이 닮아 있는 이유

요즘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1940년대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1940년대의 전초전 격인 1930년대와 현재는 놀랍게도 여러 방면에서 닮아있기 때문입니다.

1.
먼저 오늘날과 비슷하게 1930년대에도 금리가 바닥이었습니다. 대공황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1929년부터 1933년까지 Fed는 제로금리를 도입했습니다. 우리가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로금리를 했던 것과 비슷하죠. 1930년대의 미국 경제는 제로금리로도 경기를 부양하기에는 부족하여 루즈벨트 대통령의 주도하에 양적완화 및 큰 정부지출을 실행했습니다 (그림 1). 이 점도 코로나 이후의 지금과 굉장히 비슷합니다.

그림 1: 미국은 1930년대와 같이 돈을 찍어 정부지출을 늘리고 있다 (출처 Bridgewater 2020a)

2.
1930년에도 정부부채의 급격한 상승이 있었습니다 (그림 1). ‘Roaring 20s’라고 불리는 호황기를 보내고 레버리지가 많이 쌓인 상태에서 (그림 2) 불황을 맞았죠. 높은 수준의 부채는 장기부채사이클의 끝에 왔기 때문에 생산성의 저하로 이어진다는 걸 뜻합니다.

그림 2: 돈을 빌려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Margin Debt은 1927-1930 3년 사이 3배가 늘었다. (출처 Bridgewater 2020a)

3.
정치적인 면에서도 비슷합니다. 현재 미국과 다른 선진국들의 부의 불평등은 최고치이고 포퓰리즘을 앞세운 리더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와 제일 비슷한 시기는 역시 히틀러, 무솔리니, 루즈벨트 등이 나왔던 1930년대입니다 (그림 3, 4).

그림 3: 미국의 부와 소득의 불평등은 역대 최고이다. (출처 Bridgewater 2020c)
그림 4: 부의 불평등이 심화된 시기에는 정치도 양극단에 가까워진다 (출처 Bridgewater 2020c)

4.
마지막으로 오늘날은 중국이라는 새로운 강대국이 나타나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무역분쟁, 영사관, 틱톡인수등을 비롯해 이 갈등은 현재진행형입니다. 1930년대에는 독일과 일본이 강대국의 지위를 얻기 위해 다른 선진국들에게 도전장을 내밀었었습니다.

그림 5: 중국의 국가경쟁력은 미국을 서서히 따라잡고 있다 (출처 Bridgewater 2020b)

이 모든 걸 우연이라고 보기는 힘들지 않을까요? 그러므로 앞으로의 투자에 있어 1940년대 분석은 필수입니다. 금융-경제-정치적인 면을 모두 아울러 분석을 진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Yield Curve Control (수익률 곡선 제어)

먼저 Yield Curve Control (수익률 곡선 제어, 이하 YCC)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1940년대를 분석할때는 YCC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2020년 현재 코로나 위기에 빠진 미국 경제를 구원하기 위해 경기부양을 해야합니다. 그 돈을 어떻게 조달 할 수 있을까요?

미국정부는 1940년대에도 정확히 똑같은 고민을 했습니다. 1941년 진주만 공습후 미국은 2차대전 참전을 결정하였습니다. 전쟁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지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물론 세금으로 할 수도 있겠지만 밑의 그림 6에서 볼 수 있듯 어떤 나라든 전시상황에서는 결국 돈을 찍어내게 됩니다.

그림 6: 전시상황에서는 결국 돈을 찍어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출처 Bridgewater 2020a)

하지만 정부가 돈을 찍어내기 시작하면 국채시장의 금리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치솟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YCC가 등장하죠. YCC는 일드커브(수익률 곡선)를 제어하는 것인데요, 단기국채 장기국채 상관없이 특정 금리를 못 넘어가도록 국채시장 금리에 상한선을 설정하는 것입니다. 밑의 그림 7처럼 성장과 인플레이션 수치를 무시하고도 일정수준의 국채금리를 유지하는 것이지요. 이게 어떻게 가능했던 걸까요?

그림 7: 성장과 인플레이션을 무시하고도 낮은 국채금리를 유지한다 (출처 Bridgewater 2020a)

우선 중앙은행의 의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모든 금융정책이 그렇지만 YCC는 특히 그렇죠. 국채금리가 오르지 않도록 YCC를 오랜기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시장참여자들에게 보여줘야 하고, 그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Don’t fight the Fed’ 라는 말도 있듯 확고한 의지만 있다면 인플레이션이 오더라도 YCC를 상당 기간 유지할 수 있습니다. YCC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상한선을 긋는 그 행위만으로 낮은 금리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2016년~2020년 일본의 YCC에서 볼 수 있듯 국채매입을 덜 하면서도 양적완화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그림 8).

하지만 1940년대에는 결국 인플레이션 앞에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47년에 큰 인플레이션이 오면서 단기국채의 상한선을 풀기 시작했고, 51년에 있었던 재무부와 연준의 협약 (Treasury-Fed Accord) 으로 YCC는 끝을 맺습니다.

그림 8: 일본은 YCC를 실행한 후 국채매입을 오히려 덜 했다 (출처 Brookings Institution 2020)

1940대의 사례를 조금 더 깊게 분석하자면, 이 시기에는 YCC를 전면적으로 실행했습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 연준은 단계적으로 장기채 금리를 단기채 금리보다 높게 잡았었죠 (그림 9). 예컨대 단기채 금리는 0.5%에, 장기채 금리는 2.5%에 상한선을 두었습니다.

뉴욕 연준의 이코노미스트인 Garbade 는 이렇게 하면 YCC를 유지하기가 힘들다고 말합니다 (Garbade 2020). 장기금리를 단기금리보다 높게 잡으면 단기채에 숏베팅을 하고 장기채에 롱베팅을 하는 무위험 차익거래를 하는 등 시장참여자들이 연준을 공격하기 쉬워지기 때문이죠. 이렇게 되면 국채매입을 덜 해도 된다는 YCC의 기본 원리와는 다르게 중앙은행이 더 많은 개입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Garbade는 장기금리와 단기금리의 차이를 없애 수익률 곡선을 평평하게 만들던지, 개입하는 걸 감수하던지 고심해서 결정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런 우려들 때문인지 일본은 10년물 국채에만, 호주는 3년물 국채에만 YCC를 적용했고, 미국도 3년물 국채에 YCC를 하려고 고려중입니다.

하지만 1940년대의 YCC는 결과적으로 꽤나 성공적이었고, 이 방식의 이점도 물론 있습니다. 이때 연준은 처음부터 장기채를 많이 매입하지 않았죠. 그림 10에서 볼 수 있듯 연준은 많은 양의 돈을 찍어 풍부한 유동성을 단기국채에 풀어줬습니다. 그리고는 시중은행들 및 개인들에게 장기채를 사라고 강요했습니다. 이 시기에는 정부 주도하의 자본통제가 가능했기 때문에 시장참여자들은 장기국채를 샀고, 장기금리는 2% 혹은 2.5% 선에서 안정을 찾았습니다 (그림 9).

또한 초반에 장기채가 아닌 단기채를 많이 샀다는 점은 인플레이션의 측면에서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에 관해서는 흥미로운 논문이 있는데 캔터키대 교수 Toma는 단기채만 산 것이 인플레이션을 낮추는데에 어느정도 성공적이었다고 말합니다 (Toma 1992). 장기국채에 비해 단기국채는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에 오래 남아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밑에서도 다루겠지만 정부에서 물가를 직접적으로 관리 한 것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림 9: 연준은 장기금리를 단기금리보다 더 높게 고정시켜놓았다 (출처 Bridgewater 2020a)
그림 10: 연준은 YCC 초반에 단기채(파란색)을 장기채(빨간색)보다 훨씬 많이 매입했다 (출처 Bridgewater 2020a)

YCC는 이처럼 시장에 개입을 많이 해야하고, 인플레이션의 위험을 이겨내야하며, 성공할지도 미지수입니다.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정확히 몇년 만기 국채에 어떻게 YCC가 적용될지 주시해야합니다. 최근 연준은 YCC의 가능성에 대해 부인했지만 할 수 있는 가능성은 남아있습니다. 실행된다면 인플레이션이 올지, (앞선 글에서도 말했지만) 스태그플레이션이 올지. 장기채와 주식의 상관관계는 어떻게 될지, 달러의 미래와 금의 향방은 어떻게 될지 고민해 봐야합니다.

다른 통제 수단들

다음으로 정부 주도하에 다른 여러 통제 수단들이 있었습니다. 1940년대는 정부의 역할이 컸던 시기였습니다. 먼저 1933년 금본위제의 폐지와 함께 금의 사적소유권이 금지 당했습니다. 개인 및 기업이 금을 보유할 수 없게 만들어 금의 가격을 적당선에서 유지했죠 (그림 11). 이런 조치가 없었다면 아마 금의 가격은 지금과 같이 급등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림 11: 금의 가격은 적당선에서 통제당했다 (출처 Bridgewater 2020a)

이 외에도 많은 규제가 있었습니다 (그림 12). 먼저 YCC와 연계된 자산시장통제가 있었습니다. 연준의 1942년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정부는 시중은행들에게 국채를 사라고 강요했고, 미국 시민들에게 애국심 프로파간다를 이용해 국채를 반 강제적으로 사도록 했습니다 (그림 13). 이때는 금융시장이 발전한 시기도 아니었을 뿐더러 전쟁이라는 위험요소 때문에 주식을 회피했기 때문에 순순히 채권을 매입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다른 나라들과의 무역 및 자본통제가 있었습니다. 특히 어떤 물품을 수출하지는 온전히 정부의 손에 달려있었죠. 이는 동맹국들은 도와주고 적국에게는 수출을 금지하는 경제전쟁을 위해 필요한 수단이었습니다. 다른 나라로 자본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본통제도 필요했습니다. 특히 YCC를 성공적으로 하려면 대부분의 자본이 국내에 머무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세금도 많이 걷었는데, 소득세 최고세율이 미국에서 94%까지 올라갔습니다.

기업들도 정부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했는데, 생산부터 공급까지 통제했습니다. 전시상황이었던만큼 생산은 무기 위주로 진행됐는데요. 마치 코로나 시대 때 정부가 GM 등의 기업들에게 마스크를 만들라고 하는 것처럼 비슷했습니다. 공급의 통제는 물가상승의 압력을 피하기 위한 이유도 있었습니다. 물가를 정부 차원에서 전면적으로 통제했고 심지어 배급을 시작하면서 가격이 시장에서 만들어질 수 없도록 했습니다. 물가통제, 배급을 하면 그만큼 기업들의 역할이 줄어들고, 투자할 곳이 사라집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딱히 투자할 곳이 없어 정부에 투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림 12: 1940년대는 정부가 다방면에서 규제를 도입한 시기였다 (출처 Bridgewater 2020a)
그림 13: 1940년대는 정부가 다방면에서 규제를 도입한 시기였다 (출처 Bridgewater 2020a)

경제 전쟁

1. 무역 전쟁

경제 전쟁의 초기에는 항상 무역 전쟁이 있었습니다. 미국은 1940년부터 사실상 전쟁을 준비하기 시작하는데, 7월에 Export Control Act로 철강을 동맹국들에게만 수출하기로 결정하고 1941년에는 Land-Lease Act로 인해 동맹국들에게 무상으로 무기를 수출하기로 합니다. 미국 경제 회복을 위한 움직임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상 무역전쟁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죠.

또한 1941년 7월에는 일본에 석유와 천연가스 수출을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일본의 선박들이 Panama Canal을 통과하지 못 하도록 통제하기 시작합니다. 석유 등의 자원이 2-3년 안에 고갈 될거라고 판단한 일본은 석유를 얻을 수 있는 동남아를 점령하기 위해 진주만을 공격하게 되죠. 디테일의 차이는 있지만 현재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관세를 매기는 행위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2. 자본 전쟁

경제 전쟁에서 필수로 있어나는 일 중 하나가 바로 자본 전쟁입니다. 미국이 그랬듯 다른 나라에 투자를 못하게 하고, 자국투자를 강요하는 것은 전시상황에서 당연합니다. 전쟁의 여파에 의해 일본과 독일의 주식시장은 전쟁 중 문을 닫았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주식시장은 다시 열렸으나 주가는 폭락했죠. (그림 14).

1940년대에는 루즈벨트 대통령이 미국에 투자한 일본의 자산을 묶어 놓기로 결정하면서 자본 전쟁의 정점을 찍습니다. 이처럼 오늘날의 미국도 중국이 들고 있는 채권을 갚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할 수 있는 일입니다. 트럼프는 이미 FERF (미국의 연금펀드) 가 중국투자를 못 하도록 저지한바 있습니다. 이 외에도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회사들을 쫓아 내겠다고 압박 중입니다.

그림 14: 독일과 일본의 주식시장은 전쟁 중 중단되었었다 (출처 Bridgewater 2020a)

앞으로의 세상이 1940년대와 다를 수도 있는 이유

하지만 결코 역사가 똑같이 되풀이 될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는 1940년대와 지금은 여러 방면에서 다를 수 있기 때문인데요.

1.
1940년대에는 해외투자가 드물었던 시기입니다. 오늘날과 다르게 세계화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당시 미국 해외투자자의 비율이 5% 미만이었지만 오늘날은 이미 30% 이상입니다. 국내투자자들을 붙잡아 둘 순 있겠지만 해외투자자들까지 통제하는 것은 오늘날에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만약 미국 및 다른 기축통화 국가들이 돈을 계속해서 찍어낸다고 했을 때 해외투자자들이 어떻게 반응할까요?

2.
1번과 비슷한 맥락으로 다른 통제수단들도 가능할지 미지수입니다. 예컨대 1940년대처럼 금의 사적소유권을 금지시킬 수 있을까요? 지금 금 ETF에 몰려있는 돈만 봐도 힘들 것 같습니다. 1940년대처럼 직접적으로 물가를 통제하고 기업들을 좌지우지 할 수 있을까요?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큰 테크기업들을 통제하기에도 버거운 시기입니다. 물론 정부의 힘이 점점 세질 것이고, 세금 인상과 일정 수준의 자본 통제를 가능할 것입니다만, 1940년대만큼 가능할지는 모르겠습니다. 다시말해 미국은 돈을 찍어내는 데에 한계를 느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3.
1945년 전쟁이 끝났을 때 미국은 세계 GDP의 35%이상을 차지하는 전후무후의 압도적 국가였습니다. 지금도 강대국인 건 여전하지만 앞서 말했듯 중국에게 추격을 당하고 있고, 2차대전이 끝났을 때 만큼의 압도적인 국력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는 세계질서가 바뀔 수도 있다는 걸 뜻하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기축통화부터 시작해 세계 금융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것입니다.

결론

종합해 보자면 지금은 1930년대와 비슷하게 장기부채사이클의 끝에 와 있고, 각국의 정부지출이 커질 것이며, 세계 1위 국가인 미국을 중국이 자극하고 있는 시기입니다. 한마디로 리스크가 굉장히 큰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치적으로도 굉장히 불안하고, 돈을 찍다보면 큰 인플레이션이, 바이러스가 더 심해지면 디플레이션이 올 수도 있습니다. 또한 1940년대와 비슷하게 흘러간다면 전쟁을 치를 수도 있는 것이고, 금의 사적소유권을 박탈당할 수도 있는 것이며 심지어 한 나라의 주식시장이 문을 닫을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자산배분 투자자는 부의 저장수단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각국이 돈을 계속 찍는 다는 가정하에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인플레이션입니다.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온다면, 화폐가치는 큰 손실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디플레이션도 충분히 가능하고, 더 나아가 전쟁도 조심해야겠죠. 조심할 것들 투성이입니다.

이루다투자에서는 이런 시기일 수록 그 어느 때보다 분산투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자산군과 환을 다각화 해야하고, 미국이나 중국에 집중 투자를 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1940년대와 자산배분 관련해서 좋은 내용이 있으면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리서치 · 글 / Roger Kim

*본 자료는 정보제공을 위해 작성되었으며,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 판매를 권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참고 문헌

Bridgewater. (2020a). “The Mechanics of the War Economy.” Bridgewater: https://www.linkedin.com/pulse/mechanics-war-economy-ray-dalio/

Bridgewater. (2020b). “The Big Cycle of the United States and the Dollar, Part 1.” Bridgewater: https://www.linkedin.com/pulse/chapter-4-big-cycle-united-states-dollar-part-1-ray-dalio/

Bridgewater. (2020c). “The Big Cycle of The United States and the Dollar, Part 2.” Bridgewater: https://www.linkedin.com/pulse/big-cycle-united-states-dollar-part-2-ray-dalio/?fbclid=IwAR31OwsdVEtlRscrABMWUJUHR0osrnrxERnzsJlYFhbDQzxK4X1ow9wJqFI

Brookings Institution. (2020년 6월). “What is yield curve control?” Brookings Institution: https://www.brookings.edu/blog/up-front/2020/06/05/what-is-yield-curve-control/

Garbade, Kenneth. (2020). Managing the Treasury Yield Curve in the 1940s. “Federeal Reserve Bank of New York Staff Reports”.

Toma, Mark. (1992). Interest Rate Controls: The United States in the 1940s. “The Journal of Economic History”.


※ 2022년 5월 31일, 이루다투자의 이름이 든든으로 새롭게 바뀌었습니다.

원자재 대신 원자재 관련 기업

  • 인플레이션 헷지 수단, 원자재
  • 자산배분 투자 관점에서 원자재 vs 원자재 관련 기업 비교

원자재 대신 원자재 관련 기업을 보유하는 것에 대한 소고

‘원자재를 계속 보유하고 있어야 할까?’ 이 문제는 자산배분 투자자들의 주된 고민거리 중 하나입니다. 자산 배분의 기본 원칙은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서로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을 보유’하는 것인데, 원자재는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자산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지배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림 1 출처: Wharton Jeremy Siegel Research
그림 2 출처: SG Research (2010)

그림 1, 2는 1800년 대부터 2000년대까지 각 자산의 수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를 보았을 때 우상향하는 주식, 채권과 달리 원자재(Golds, All Commodity Index)는 우상향하지 않는 데이터가 지배적임을 알 수 있습니다.

심지어 위 그래프는 현물 데이터를 대상으로 그려져 있는데, 선물 ETF를 계속 보유할 수밖에 없는 자산배분 투자자에게 롤오버(Rollover)* 비용과 콘탱고(Contango)*의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더욱더 원자재를 보유하는 것이 꺼려지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밑의 그림 3, 4 에서 볼 수 있듯이 장기간 보유할수록 콘탱고 구간이 역시 더 길어지기 때문에 원자재 선물 ETF의 가격이 서서히 하락합니다.

그림 3 출처: GMO (2016)
그림 4 출처: SG Research (2010)

Risk Parity 전략에 원자재가 계속 포함되는 이유

여기까지가 자산배분 투자자들이 흔히 하는 고민입니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요소에도 불구하고 레이달리오의 올웨더를 포함한 많은 Risk Parity 전략들이 원자재를 계속 보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 째, ‘서로 상관관계가 반대인 자산들을 보유하라’에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밑의 그림 5를 통해 알 수 있듯이 1959년부터의 데이터에서 원자재 선물은 장기적으로 볼수록 주식, 채권과의 마이너스 상관관계가 마이너스입니다.

이 말인즉슨 주식과 채권의 가격이 하락할 때 원자재 선물의 가격 상승이 포트폴리오의 방어책이 될 거라는 것입니다. Shannon’s Demon으로도 잘 알려졌듯이 여기서 리밸런싱의 효과가 나오고 이 덕분에 리스크 대비 수익률을 극대화 시킬 수 있습니다.

이 논리는 원자재 선물에 비교적으로 적대적인 Erb & Harvey (2016)와 1877년부터의 데이터를 갖고 온 끝판왕 AQR (2016)도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그림 5 출처: Bhardwaj, Gorton & Rouwenhorst (2015)

둘째, 원자재 현물이 장기적으로 우상향하지 않고 횡보한다 해도 원자재 선물은 다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밑의 그림 6, 7에서 볼 수 있듯이 원자재 선물은 장기적으로 꾸준히 수익을 내왔습니다. 이는 현물 가격 상승 외에도 캐리(carry) 수익과 담보(collateral) 수익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림 6 출처: Bhardwaj, Gorton & Rouwenhorst (2015)
그림 7 출처: AQR (2016)

셋째, 요즘 투자자들이 흔히 말하는 콘탱고의 문제도 장기시계열로 봤을 때는 의문이 들기 때문입니다. AQR(2016)의 논문을 살펴보면 1877년부터 콘탱고인던 달은 876번 있었지만 백워데이션(backwardation)*이였던 달도 791번이나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AQR은 사실 콘탱고, 백워데이션 보다 더 중요한 건 경제성장과 인플레이션이라고 말합니다. 콘탱고인 상황에서도 경제가 성장하는 중이거나 인플레이션이 높다면 수익이 났기 때문입니다. 이는 레이달리오의 올웨더와도 부합하는 논리입니다.

그러므로 현물 가격이 하향하고 콘탱고로 가격이 녹고 있는 최근의 추세와는 다르게 원자재 선물은 장기시계열로 봤을 때 그 자체만 보더라도 나쁘지 않은 자산군일지도 모릅니다. 

원자재의 인플레이션 헷지 기능

하지만 이 모든 걸 차치하고서라도 원자재를 보유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남아있습니다. 그건 바로 인플레이션을 헷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주식도 채권도 인플레이션 앞에서는 속수무책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다른 자산군으로도 인플레이션 헷지가 가능하지 않느냐’라는 의문점이 들 수 있습니다.

REITs, TIPS 등 여러 후보가 있지만, 이 글에서는 원자재 관련 기업에 관해서만 이야기하겠습니다. 많은 투자자가 원자재 관련 기업을 좋게 보는 이유는 원자재와는 다르게 우상향한다는 게 확실하고, 거기에다 인플레이션이 헷지된다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Wealthfront와 브리지워터 전 직원이 세운 회사에서 출시한 RPAR라는 Risk Parity ETF 역시 에너지 관련 주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먼저 인플레이션 헷지 기능을 비교해 보자면 1970년대를 백테스트 해봐야 합니다. 일단 모두가 아는 사실은 그림 8에서 볼 수 있듯이 원자재가 70년대에는 주식과 채권을 압도했다는 것입니다. 연평균 21.2%의 수익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림 8 출처: Panagora (2010)

원자재의 인플레이션 헷지 기능 관련해서는 Vanguard (2011) 와 IMF (2009)의 분석이 있는데 IMF 같은 경우 원자재 선물이 다른 자산군들에 비해서 인플레이션 베타가 압도적으로 높다고 말하고 있고, Vanguard도 그림 9에서 볼 수 있듯이 예상할 수 있지 않은, 갑작스러운 인플레이션에는 원자재 선물의 헷지 기능이 가장 강력하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림 9 출처: Vanguard (2011)

원자재 투자 vs 원자재 관련 기업 투자

그럼 원자재 관련 기업의 70년대 수익률은 어땠을까요? 그림 10, 11 에서 볼 수 있듯이 원자재에 비교할만한 수익률이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림 10이 11.6%, 6.9%. 그림 11이 9.5% 정도. 기간이 약간씩 다르므로 정확한 비교는 아니지만 참고할만한 수준은 됩니다.

그림 10 출처: Schroders (2011)
그림 11 출처: GMO (2016)

이루다투자 내부에서 구축한 데이터를 보더라도 백테스트 상 70년대 원자재 선물 인덱스가 18.11%, 원자재 관련 기업이 15.32%의 연평균 수익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70년대의 원자재 관련 기업은 어떤 기업을 포함 시켜야 하는지 선정의 애매함 때문에 백테스트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어떤 기업이 인덱스에 포함되었느냐 따라 수익률이 꽤 차이 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종합해보면 원자재 선물 인덱스는 18-21%, 원자재 관련 기업은 대략 10-15% 수익률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확실히 원자재 선물이 우위에 있고 특히 70년대 초반의 데이터에서 (달러 약세가 본격화될 때) 원자재 기업들의 수익률이 안 높은 걸 봐서는 헷지 기능만 봐서는 원자재 선물이 낫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Schroders (2011)와 GMO(2016)는 에너지 equity 쪽에 비중을 두었던 반면, MSCI (2008)은 그림 12에서 엿볼 수 있듯 70년대에 가장 성적이 좋았던 원자재 관련 기업은 금 equity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림 12 출처: MSCI (2008)

하지만 같은 기간에 금 현물은 100% 이상, 400% 이상 올랐기 때문에 (Goldprice.org) Gold Equity가 오히려 훨씬 뒤처집니다.

따라서 70년대를 백테스트 해본 결과, 원자재 관련 기업은 원자재만큼의 인플레이션 헷지 기능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PIMCO (2013)의 이론에 따라 그 이유를 아래와 같이 정리해볼 수 있겠습니다.

  1. 원자재 관련 기업도 나름의 헷지를 했을 것이므로 가격상승의 효과를 고스란히 받을 수 없다.
  2. 원자재 가격 상승의 요인이 자연재해, 파업 등 기업에게 안 좋은 요인일 수 도 있다.
  3. 기업에게 부채가 있을 경우 보통 인플레이션의 시기에는 금리가 올라가기 때문에 갚아야 하는 채무가 늘어난다.

헤지펀드에서 원자재 관련 기업을 계속 보유하는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자재 관련 기업을 꽤 유명한 헤지펀드들에서 계속 보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 그림 13, 14 에서 볼 수 있듯이 장기적인 수익률이 원자재보다는 낫다고 판단해서 일 것입니다. 현물과의 비교이어서 차이가 크게 나는 걸 수도 있는데 AQR (2016)의 원자재 선물 장기 수익률 4.8% (그림 7)와 비교해 봐도 8.3%, 8.6%가 현저히 높습니다.

그림 13 출처: GMO (2016)
그림 14 출처: GMO (2016)

그림 15 에서 볼 수 있듯이 브리지워터도 원자재의 장기적인 수익률을 주식만큼 높게 잡진 않습니다. 6% 조금 넘는 정도로 예상할 뿐입니다.

그림 15 출처: Bridgewater (2009)

사실 브리지워터의 올웨더 논리로 봤을 때 원자재 관련 기업은 굉장히 흥미로운 자산군입니다. 그림 16을 보면 원자재 관련 기업은 주식의 특성이 띄기 때문에 고성장 저인플레이션 칸에 들어가지만 동시에 원자재의 특성도 보이기 때문에 고인플레이션 칸에도 들어가죠. 전 자산군을 통틀어 봐도 3개의 박스에 들어갈 수 있는 건 원자재 관련 기업 이외에 REITs 정도가 있을 뿐입니다.

그림 16 출처: Bridgewater (2009)

하지만 결론적으로 원자재 관련 기업은 주식과의 상관관계가 높아 리밸런싱의 효과를 누리지 못 할뿐더러 인플레이션 헷지 기능이 덜 강력하므로 원자재를 대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Wealthfront 같은 경우 Energy Equity를 REITs, 이머징 채권과 같이 보유하고 있고 RPAR도 금과 같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원자재를 대체하는 대신 원자재 혹은 다른 인플레 헷지 자산과 ‘같이 보유하는 정도는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패러다임에 관한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의 시기는 Larry Summers (2019)에 의하면 만성 수요 부족의 시대로 전 세계가 구조적 장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물론 코로나로 인해 이런 부분은 더욱 악화됐습니다.

이 말인즉슨 원자재 현물의 가격상승이 둔화할 것이고, 금리가 낮으므로 Erb & Harvey (2016) 가 말하듯 담보 수익률이 낮을 것이고, 또한 콘탱고 상황이 지속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쉽게 말해 원자재 선물의 수익률이 꾸준히 안 높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패러다임이 지속한다고도 아니라고도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그걸 알면 자산 배분을 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오히려 레이달리오의 투자원칙에 따르면 패러다임은 평균 10년에 한 번씩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말합니다.

그러므로 원자재는 항상 포트폴리오 일부분으로 보유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또한, 이 에세이가 맞는다면 원자재 관련 기업은 원자재와 함께 보유할 때 그 의미가 있습니다.

리서치 · 글 / Roger Kim

*본 자료는 정보제공을 위해 작성되었으며,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 판매를 권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용어 안내

롤 오버(Roll over) : 만기에 이른 채권이나 증권 등을 최초 계약과 같은 조건으로 계약을 연장하는 행위
콘탱고(Contango) : 상품의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비싸지거나 결제월이 멀어질수록 선물가격이 높아지는 현상. 선물 고평가라고도 함.
백워데이션(Backwardation) : 일시적으로 공급 물량이 부족해지거나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인 상태. 현물 가격이 선물 가격보다 높아지는 상황을 ‘백워데이션’이라고 부름.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태, 역조시장이라고도 함.

인용 자료

AQR. (2016). Commodities for the Long Run . “NBER working paper”.

Bhardwaj, Geetesh, Gorton, Gary, & Rouwenhorst, Geert. (2015). Facts and Fantasies about Commodity Futures Ten Years Later . “NBER working paper ”.

Bridgewater. (2009). “The All Weather Strategy”. Bridgewater.

Erb, Claude, & Harvey, Campbell. (2016). Conquering Misperceptions about Commodity Futures Investing. “SSRN”.

GMO. (2016). “An Investment Only A Mother Could Love”. GMO: https://www.gmo.com/asia/research-library/an-investment-only-a-mother-could-love/

IMF. (2009). Inflation Hedging for Long-Term Investors . “IMF Working Paper”.

MSCI. (2008). “Hedging Inflation with Equities”. MSCI.

Panagora. (2010). “Risk Parity and Inflation”. Panagora: https://www.panagora.com/insights/risk-parity-and-inflation/

PIMCO. (2013). “Using Equities to Hedge Inflation? Tread with Care”. PIMCO: https://global.pimco.com/en-gbl/insights/viewpoints/using-equities-to-hedge-inflation-tread-with-care

Schroders. (2011). “What are the Inflation Beating Asset Classes?” Schroders.

Siegel, Jeremy. (2014). “Stocks for the Long Run.” McGraw-Hill Education .

Societe Generale. (2010). “Popular Delusions”. Societe Generale.

Summers, Lawrence. (2019). On Falling Neutral Rates, FIscal Policy, and the Risk of Secular Stagnation. “Brookings Papers ”.

Vanguard. (2011). “Hedging Inflation: The role of expectations”. Vanguard.


※ 2022년 5월 31일, 이루다투자의 이름이 든든으로 새롭게 바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