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 회피 편향’은 하락장에서 투자자가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을 방해합니다. 투자를 망치는 심리 편향으로부터 자유로워 지고, 합리적인 투자 판단을 내리기 위해선 나만의 투자 원칙을 미리 정해놓아야 합니다.


주식으로 돈을 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역대 최악의 하락장에서도 높은 수익률로 큰돈을 버는 사람이 있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 어딘가에선 이들에 관한 이야기가 마치 전설처럼 전해지곤 합니다. 전설 속 투자자 같은 일확천금까진 바라지 않더라도 주식으로 만족할 만한 이익을 얻길 기대하는 투자자가 많습니다. 그런데 과연 주식으로 돈을 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출처 : 주식에 장기투자하라, 제레미 시겔 저


1972년부터 2012년까지 윌셔 5,000지수 대비 86개 생존 펀드들의 수익률 분포를 보면 위와 같습니다. 35년 동안 윌셔 5000지수를 능가한 생존 펀드는 22개에 불과하고, 연 2% 넘게 앞선 펀드는 고작 7개뿐 입니다. 연 2% 넘게 앞선 이들 역시 판매 수수료 등을 제외하고 나면 실제 수익률은 2%보다 더 낮아집니다. 금융 시장에서 프로라고 할 수 있는 펀드 매니저의 절반 이상이 시장 수익률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마추어인 개인의 수익률이 어떨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펀드 매니저보다 낮으면 낮았지 높지 않으리란 걸 예측해볼 수 있습니다.

하락장에서 수익률을 더 악화시키는 ‘손실 회피 편향’


그렇다면 왜 개인 투자자는 대다수는 주식으로 돈을 벌지 못하는 것일까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바로 투자자 자신의 비합리적 사고와 판단일 것입니다. 주식에서 이기는 방법 간단합니다. 주가가 상승할 땐 최대한 오래 보유해 이익을 얻고, 하락할 땐 가능한 짧게 보유해 손실을 최소화 하면 됩니다. 하지만 대부분 투자자는 이와 반대로 행동합니다. 이익이 좋을 땐 얼마 가지 않아 금방 팔고, 정작 손실이 났을 땐 팔지 못하고 계속 보유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투자자의 이런 비합리적인 선택은 ‘손실 회피 편향(loss aversion bias)‘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교수는 아래와 같은 실험을 하였습니다. 먼저 확실히 80만원을 얻을 수 있는 선택과 100만원을 얻을 수 있지만 성공 확률이 85%인 대안이 있을 때 어떤 것을 선택하겠냐고 사람들에게 물었습니다. 이 때 이론적으로만 생각하면 후자의 기댓값 85만원으로 더 크기 때문에 사람들이 후자를 선택해야 하는데, 실제로 대다수의 사람은 불확실한 100만원 보단 확실한 80만원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대니얼 카너먼 교수는 반대로 손실을 보는 상황에 대해서도 실험하였습니다. 무조건 1억을 잃는 선택과 2억을 잃을 수 있지만 발생 가능성이 60%인 대안 중 어떤 것을 선택하겠냐고 물었습니다. 이 선택지의 경우, 기댓값을 계산하면 불확실한 2억의 손실 금액이 더 크기 때문에 1억을 잃는 선택을 하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설문 조사 결과, 다수의 사람이 불확실한 2억을 선택하였습니다. 위 실험 결과는 사람들이 더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선택보다는 가능하면 내게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줄이는 선택을 한다는 것, 즉 손실 회피 편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손실이 확정되는 것을 최대한 피하고자 하는 이 마음은 다른 때보다도 하락장에서 투자자가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을 방해합니다. 하락장에서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상황이 더 악화하기 전에 보유한 자산을 빠르게 처분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하지만 손실 회피 편향이 있는 투자자에게 마이너스 상황에서 보유 자산을 파는 것은 곧 손실을 확정 짓는 것과 다름없게 느껴지게 됩니다.

손절매하는 순간 확정되는 자신의 손실을 받아들일 자신이 없으므로 투자자들은 손실이 발생하는 주식을 계속 보유하다 팔아야 할 때를 놓치게 됩니다. 손실을 회피하려는 편향은 보유한 주식이 오르는 상황에서도 현명하지 못한 판단을 내리게 합니다. 지금 오른 게 언제 떨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손해를 보기 전에 이익일 때 빨리 팔아버리는 것입니다.

투자하기 전 자신만의 원칙을 내세울 것


이렇게 나의 투자를 망치는 심리 편향으로부터 조금이라도 자유로워지기 위해선 자신만의 투자 원칙을 미리 마련해 놓아야 합니다. 투자자 대부분은 살 때만 생각하고, 팔 때는 잘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막연하게 지금 사면 오를 것 같으니까 사기로 합니다. 얼마나 올랐을 때 혹은 얼마나 떨어지기 전에 팔지는 미리 생각해놓은 바가 없으므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기보단 심리 편향에 의한 비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확률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앞으로 투자를 계속해나갈 투자자에게 이번 장은 수익률과 관계없이 많은 가르침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 되어줄 것입니다. 이미 세워놓은 원칙이 있지만, 이번과 같은 하락장에서 원칙이 흔들린다면, 내가 세워놓은 원칙에 부족한 점은 없는지 다시 한 번 점검하는 시간을 가져보아야 할 것입니다. 아직 원칙을 세워놓지 않은 분이라면 매일매일 쏟아지는 불확실한 정보에 우왕좌왕하기보단 이번 기회에 제대로 투자를 공부하며, 나만의 원칙을 정립하는 기회로 삼을 것을 권장합니다.


※ 2022년 5월 31일, 이루다투자의 이름이 든든으로 새롭게 바뀌었습니다.